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지난 대선을 '불공정 선거'로 규정, 다시 정국의 전면에 서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23일 박근혜정권의 정통성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면서 정국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대선불복 논란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초강수'를 둔 그의 다음 '수'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문 의원측은 일단 박 대통령에게 사태해결을 촉구하며 '공'을 넘긴 만큼 일단은박 대통령의 반응을 지켜보며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의원은 24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감을 위해 대구로 내려갔으며 25일에는 부산에서 국감 일정을 이어간다.
그러나 문 의원은 국가기관의 광범위한 대선 개입 및 축소·은폐 의혹이 '민주주의의 위기'로 번진 상황에서 민주당의 대여투쟁에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 목소리를 계속 내며 정치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측 핵심 관계자는 "문 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을 중심으로 민주개혁진영 전체가 대응할 문제로, 문 의원도 힘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당과 함께 싸울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이야기를 계속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문 의원측은 전날 성명이 대선불복 논란으로 비화한데 대해서도 정면반박하며 시비 차단에 나섰다.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가기관의 불법 문제를 대선불복 프레임이라는 정쟁의 도구로 덮겠다는 것"이라며 "불복 비판이 두려워 헌정질서 파괴에 눈을 감으란 얘기냐. 불법을 바로 잡아야 할 책임이 있는 여권이 불복 시비만 하는 것은 불법을 은폐하려는 또다른 국기문란 행위"라고 일축했다.
야권 안팎에서는 문 의원이 이번 성명 발표를 계기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미(未)이관 사태에 따른 수세국면을 딛고 지지층을 결집,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다시 야권의 중심축으로 서려는 포석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그 연장선 상에서 박 대통령 및 현 정권과 정면승부에 나섬으로써 이달말로 예상되는 검찰의 대화록 미이관 수사결과 발표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 의원은 그동안 검찰 수사에 대해 전임 정권 흠집내기를 위한 현 정권의 '짜맞추기 수사'라는 비판적 입장을 취해 왔지만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 의원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든 풀고 가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핵심 관계자는 "정치 지도자로서 검찰 수사 결과에 걸맞은 입장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이 다시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당에 부담을 주면서 오히려 운신의 폭을 넓히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당내에서 나온다.
문 의원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대선불복 논란이 정국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면서 대선개입 의혹에 초점을 맞추려던 대여 단일대오는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