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당공천제 쟁점

- 눈치보기·지역분할 구도 폐단
- 후보 사전 검증·여성 참여 확대
- 여성명부제·정당표방제가 대안

기초단체장·의원 정당공천 폐지 논쟁은 해묵은 주제다. 정치학계와 현장에선 '당위'와 '우려'가 팽팽하게 존재한다.

■중앙정치 탈피 VS 책임정치 구현

주민의 일상적 삶을 챙기는 지방자치의 현장이 중앙정치 및 국회의원에 휘둘리게 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의식이다.

정당이 공천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공천을 좌우하는 현실 때문에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충성을 맹세하거나 '공천헌금'을 내는 것을 비롯해 임기 내내 주민들보다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 국회의원이 시장·군수의 예산 집행이나 업무 추진에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또한 지방선거에까지 정당 참여를 허용함으로써 지역분할 구도를 고착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여러 폐단에도 불구, 정당공천제가 책임정치 구현을 위한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총선이나 광역단체장 선거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최소한의 정보도 모른 채 투표장으로 갈 수 있는데 정당은 정책과 이념에 대한 일차적인 잣대가 된다. 또 정당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사전에 검증절차를 거치고, 자당 후보의 공약이나 정책 등에 대해 사후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성참여 후퇴 VS 여성명부제로 보완

정당공천 폐지는 여성을 배려한 최소한의 공천까지 사라지면서 여성 참여를 위축시킬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때문에 여야를 떠나 여성계에서는 여성의 정치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이현출 심의관은 24일 "실제 2006년 기초의원 정원의 10%를 비례대표로 선출하고 비례대표 정당명부에 여성 50% 추천을 강제하는 조치로 2010년 선거에서 기초의회 여성의원 비율이 21.6%까지 올랐다"며 "2002년 2.2%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정당공천과 여성배려에 대한 적극적 조치의 효과가 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의회 정원의 일정 비율을 여성으로 선출하는 '여성명부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기존의 비례대표 정당명부를 여성명부로 대체해 유권자들이 한 표는 지역구 후보자에게, 다른 한 표는 여성명부에 오른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방식이다.

정당에서 공천은 하지 않더라도 후보들이 당적이나 지지정당을 표방하는 것을 허용할지도 쟁점이다. 정당 공천 폐지가 정당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금지해 위헌 소지가 있는 마당에 정당 표방까지 막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