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박 의원들이 광역단체장 출사표를 던지면서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사절 접견 때 집무실에서 접견실로 통하는 문을 직접 열고 나오는 모습. 국제신문DB

- 서병수-박민식 충돌 계기로
- 6·4지방선거서 또다시 쟁점
- 靑 "선거는 당이 치르는 것"
- 분명한 '선 긋기' 나섰지만
- 예비후보들 '박 마케팅' 한창
- 박심 '있다 - 없다' 논란 가열

- "박심도 민심 향배 살필 것"
- 당 내부 다양한 관측 쏟아져

6·4지방선거에 서병수(부산), 울산(정갑윤), 이학재(인천) 의원 등 친박 실세 의원들이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지역마다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 한창이다.

새누리당의 당헌·당규에 따라 광역단체장 후보 선출은 경선을 치르게 되지만, 집권 초반인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후보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선거는 당이 치르는 것"이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 당 안팎에서는 "'박심'은 실체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다만, 이번 지방선거 경선에서도 '박심'이 작용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해 오는 4월 말께로 예상되는 당내 경선이 주목된다.

■증폭되는 '박심' 논란

'박심 논란'은 올해 초 부산에서 시작됐다. 서병수 의원은 지난달 14일 저서 '일하는 사람이 미래를 만든다'를 통해 '박근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는 책에서 "지난해 2월 25일 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끝난 후 며칠 뒤 박 대통령을 만나 이제부터는 제가 하고자 했던 일을 했으면 한다. 사무총장직을 물러나 부산시장직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건넸다"면서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잘 알겠다. 부산은 중요한 곳이니 하셔야지요. 그런데 4월 재보선까지는 마무리하고 사무총장직을 그만두었으면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1월 7일 박 대통령 초청 새누리당 국회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 만찬에서도 '부산에서 잘 하고 계시죠'라고 박 대통령이 안부를 물어와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고 적었다.

박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하게 자신의 부산시장 도전에 박 대통령의 '내락'이 있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이후 서 의원은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책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잇따라 소개했다. 이에 맞서 경쟁 후보인 박민식 의원이 "박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서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리면서 '박심' 논란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두 의원의 충돌로 시작된 '박심' 논란은 서 의원이 지난 3일 "덕담 수준의 이야기였다"고 한 발짝 물러서면서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출마 또는 출마의사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박심' 논란은 새누리당의 공천이 확정되기까지 경선의 핵심 쟁점으로 논란의 중심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심' 있다?

그렇다면 과연 '박심'이라는 것이 있을까. 의원들을 비롯해 당내 유력 인사들은 '박심'은 강도 차이가 있겠지만 실체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과거 당 지도부 경선을 그 증거로 내세운다.

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새 정부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해 5월 15일 첫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선출됐다. 최 의원은 새누리당 소속 의원 146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77표를 얻어 69표를 얻은 이주영 의원을 8표 차로 따돌렸다. 당시는 박근혜 정부 1년 차로 여당의 강력한 국정 뒷받침이 필요한 시기였다.

박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이던 2012년 5월 9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4선의 친박계 이한구 의원이 72표를 얻어 66표를 얻은 남경필 의원을 제치고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이 같은 결과는 모두 '박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내용면에서는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비주류 의원들에게 신승했다는 점에서 '박심'의 실체가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친박 의원들은 "과거 전례를 보면 박심이 구현되는 과정이나 영향력이 당 시스템이나 민주주의를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기 때문에 대체로 당심과 일치하고 의원들의 선택권을 훼손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친박 의원은 9일 "박 대통령은 과거 제왕적 대통령들과 같이 특정인을 찍어서 지원하지 않는다"며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타당성이 있으면 용인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즉, 박 대통령의 평소 행보를 통해 측근들이 '박심'을 미뤄 짐작하기 때문에 의원들의 자율적 의사결정권을 침해할 정도로 일사불란하게 '박심'이 구현되는 것은 아니고 박 대통령도 그런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미다. '박심'의 결속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심'과 '민심' 정비례?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 부산 경선에서도 '박심'이 작용할까. 이에 대해서 당내의 의견은 "작용할 것이다" "예단할 수 없다"는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와 다른 상황 때문이다. 과거 '박심'이 작용한 것은 주로 당내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당 지도부 경선이었다. 하지만 지방선거 부산 경선은 '민심'을 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박심'이 작용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박심'과 '민심'이 전혀 반대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박심'도 '민심'의 향배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박 대통령이 주도한 2012년 4·11총선 공천 결과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 대통령은 원칙에 따른 '시스템 공천'을 천명했다. 그리고 현역 의원 물갈이 여론이 높자 임의적 물갈이 대신 '25% 컷오프 룰'을 도입했다.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현역 의원에 대한 경쟁력 조사 등을 통해 하위 25%에 해당하는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이다.

박 대통령은 이 원칙을 철저히 지켰고, 이 기준에 해당하는 의원은 계파를 가리지 않고 낙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