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국민적 기대 속에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되었다. 지방이 국가발전 동력이 되는 새로운 시대가 올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는 행정의 민주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제고시킬 수 있는 정치제도이기에 대부분의 선진국이 국정운영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중앙정부 역시 주민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17년 동안 새로운 정권이 구성될 때마다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추진 기구를 설치하고, 지방분권을 위한 특별법까지 제정하면서 지방분권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17년을 돌이켜 보면 빈손이나 다름 아니다. 왜냐하면 17년 전의 지방분권과제가 여전히 현재의 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말로만 지방분권을 외쳐왔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가 바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여전히 '2할 자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내는 세금 중 80%가 국세이고,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방세는 20%에 불과한 현실이 2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오히려 최근 국세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집권이 지속되는 동안 대기업 본사는 수도권으로 몰렸고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사는 기형적 중앙집권국가가 만들어 지는 동안 지방은 피폐해 지고 말았다.

이처럼 2할 자치는 우리나라가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지방정부는 권한과 재원의 부족으로 주민이 원하는 사업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정한 사업만을 수행하는 관선 시대의 일선행정기관 역할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의 하청기관처럼 말이다. 대기업이 하도급업체 직원의 복지를 챙겨주는 경우가 얼마나 있는가?

본래 지방자치란 주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지방정부가 지역발전과 주민행복을 스스로의 재원을 통해 해결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성숙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주민이 선택한 대표로 구성된 지방정부가 스스로 마련한 재원으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갖는 자치제도로 개선해야 한다. 주민의 행복을 위해 행정측면에서는 조례입법권 범위 확대, 수요자 중심 교육을 위한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일원화, 민생치안 강화를 위한 시·도-시·군·구 자치경찰제 도입 등이 필수적이다. 재정확충 측면에서는 지방정부가 독립적으로 살림을 살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국민의 추가적 조세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을 통한 국세의 지방세 이전, 중앙-지방간 합리적 역할분담을 위한 국고보조사업 조정 등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지방공무원의 행태도 개선되어야 한다. 그동안 중앙정부 하위기관으로 활동하던 관행을 버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주민의 뜻에 따라 지역발전에 매진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행정과 재정에 있어서 독립하려는 신념과 열정을 가진 후보들의 무대가 되길 기대한다.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