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어버린 지구촌 시대의 무한경쟁에서 "나라가 살려면 지방이 살아야한다"는 말을 부인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지방이 살려면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통하여 적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인 40% 자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데에도 총론적으로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 부활 이후 23년이 지난 현재까지 역대정부의 지방분권 추진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수준을 상징하는 수치는 여전히 20 대 80이다.

구체적으로 2009년 6월 30일 현재 자치사무 20%, 지방세 대 국세 비율 20 대 80으로 OECD 평균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이 외에도 행정사무 구분체계가 국가사무와 자치사무에 기관위임사무, 공동사무 등으로 복잡다기하여 지방의 중앙종속 및 권한과 책임의 불분명으로 인한 역기능을 유발하고 있다.

이래서는 지방정부가 자치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자치권의 지나친 제약으로 주민에 대한 직접적인 서비스의 범위가 제한되고, 지역 특성의 관리와 활용의 효율성은 저하되며, 사무처리 시간과 비용은 늘어나고, 중앙의존 행태의 심화와 함께 자립의지와 책임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지금까지 중앙집권의 지속으로, 중앙권력의 비대화와 수도권의 과밀화가 심화되고, 지방의 피폐화를 초래하였다. 비유컨대 중앙과 수도권은 '비만증'으로, 지방은 '영양실조'로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과 다를 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지방분권은 중앙과 지방 모두에게 사활의 과제요, '비만증'과 '영양실조'를 동시에 치유할 수 있는 치료제임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지방분권'은 지방정부가 자치사무를 자기권한과 부담과 책임으로 처리함으로써 자치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행정 서비스의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제도화 하는 것이다. 제도운영의 결과가 주민의 편익향상, 행정효율의 제고, 지역경쟁력 강화를 이루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먼저 주민생활 밀착형 사무, 지역자원과 특성의 관리와 활용을 위한 사무 등을 지방에 일괄이양하고 기관위임사무와 공동사무는 폐지해야 한다. 사무이양에 따른 소요재원의 확충과 아울러, 지방재정 책임성 강화조치는 필수적이다.

그동안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4만여 건의 전체 행정사무를 대상으로 새로운 판별기준에 따라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제로베이스에서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로 2분화하는 재분류 작업을 벌이고 있다. 40%자치를 목표로 하여 단계별로 가칭 '국가사무의 지방일괄이양법' 제정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사무의 일괄이양에 수반되는 소요재원 확충대책과 지방재정의 책임성 강화방안도 마련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지방분권 과제들을 어떻게 제대로 실천하느냐 하는 것이다. 법률 제정과 개정을 위한 국회의 적극적인 입법조치, 사무의 지방이양을 위한 중앙부처의 결단과 협조, 지방정부의 강력한 자립·자활의지, 주민과 언론의 참여와 협력이야말로 성공적 실천의 관건이다.

권경석 지방자치발전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