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범 교통 등 지역밀착형 치안행정 수립과 활동 강화를 위해 자치경찰제 도입 목소리가 높다. 부산지역 고등학교 졸업식이 몰린 지난달 9일 경찰관들이 한 학교 주변에서 순찰활동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DB

- 중앙공무원·중앙언론·국회의원
- 자치권 확대 막는 최대의 걸림돌
- 지방일괄이양법 미뤄 자동폐기
- MB정부 사무이양 67% 미완료
- '20여년 숙제' 자치경찰제 도입
- 박근혜 정부 분권 의지 가늠자

지방자치가 부활된 이후 20여년 동안 지방분권에 대한 시도가 있었지만 '2할자치'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중앙정부의 반발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는 지난해 3월 업무를 마감하면서 펴낸 지방분권백서를 통해 '2할자치'가 고착화된 배경에 대해 '중앙권력의 기득권 유지 탓'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위원회는 분권백서에서 "국회의원, 중앙언론, 중앙공무원 등은 중앙에 집중된 권한과 경제력, 인력의 힘을 독점하며 배타적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집단"이라고 규정, 중앙권력이 그동안 자치권 확대를 막아온 세력임을 분명히했다.

중앙정부권력의 시대변화와 동떨어진 뿌리깊은 중앙집권의식에 권한을 '자기 밥그릇'으로 인식하는 조직이기주의가 결합하면서 지방자치권을 제약해온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MB정부에서 대통령 소속 지방발전위원장을 지낸 홍철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은 "중앙정부가 가진 권한 하나를 지방으로 넘기려고 해도, 부처에서는 조직과 예산을 함께 넘겨주는 문제가 걸려있어 온갖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간다"면서 "그나마 행정부에서 넘겨주기로 한 것을 국회가 막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안성호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대전대 교수)은 "MB정부는 4년간 총 1559개의 중앙사무를 지방에 이양하기로 확정했으나, 법령 개정으로 이양이 완료된 사무는 2012년 12월 기준으로 350개에 불과했다"면서 "참여정부 때는 지방이양 일괄법안과 지방자치경찰법안을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가 의도적으로 처리를 미뤄 자동폐기시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자치권 확대를 위한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이양이 본격화된 김대중(DJ)정부이후 MB정부까지 지방에 이양하기로 한 중앙정부의 4220개 사무 가운데 실제로 이양된 사무는 3101개였고, 1119개 사무는 미완료 상태로 남아있다.

지방자치 부활과 함께 끊임없이 제기돼온 자치경찰제 도입이 좌초되는 과정을 보면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자치권 확대를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지역주민의 요구를 충족하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자치경찰제는 김영삼(YS) 정부, DJ정부를 거쳐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11월과 12월에 각각 정부안과 유기준 의원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2008년 5월에 17대 국회 임기종료로 폐기됐다.

당시 이 법안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문제와 연계된 경찰과 검찰의 갈등이 작용하면서 추진력을 잃었다.

MB정부 들어서도 2008년 5월 관계기관 조정회의에서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확정했지만,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되면 국가경찰이 수사권을 넘보게 될 것이라는 검찰의 반발과 경찰내부의 시기상조론이 뒤엉키고, 지방행정체제 개편계획에 따른 자치경찰의 도입단위를 둘러싼 불안정성 등이 거론되면서 무산됐다.

헌법에 보장된 지방자치권을 보장하는 국정과제를 부처의 유·불리에 따라 찬·반으로 입장이 갈린 경우로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도 오는 7월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20여년간의 숙제를 풀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중앙정부가 분권요구를 받아들여 지방정부에 사무를 넘기고도 예산과 인력은 지원하지 않아 지방정부의 부담이 증가하는 사례도 많다. 이는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권한을 넘겼다고 생색을 내지만 실상은 감독권을 행사하면서 사무부담만 지방정부에 전가하는 것으로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또다른 유형으로 지적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실시한 '지방일괄이양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방법 연구'에 따르면 2009년 상반기 지방이양결정 기관위임사무 67개 기능 333개 단위사무를 수행하는데만 제주를 제외한 전국 시·도가 1621명의 인력, 1140억 원의 경비 부담을 안게 된다고 분석됐다. 하지만 지방자치법과 대통령령에는 자치단체의 조직·정원이 제한돼 있고, 재정도 중앙이 장악하고 있어 자치단체는 넘겨받은 사무를 처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박근혜 정부들어 구성된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중앙권한을 지방으로 넘기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중앙정부와 중앙정치권의 벽을 넘을 수 있으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위원회가 아무리 노력해도 국회에서 (권한과 재정을 지방에 넘기는) 법률 제·개정을 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중앙정부와 국회의 협조를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역대정권 중앙정부 사무의 지방이양 현황 (단위: 개, 2012년 12월 31일 현재) 구분 이양확정 이양완료 미완료 소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 계 3,101 1,982 232 987 763 1,119 국민의정부 612 610(99.7%) 232(38%) 374(61%) 4(0.7%) 2(0.3%) 참여정부 902 856(94.9%) - 613(68%) 243(26.9%) 46(5.1%) 이명박정부 1,587 516(32.5%) - - 516(32.5%) 1,071(67.5%) ※이양사무의 특성상 법령개정 등을 통하여 이양이 완료되므로 단기간(1~2년)에 사무가 완료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장기간(3년 이상)에 걸쳐 이양이 되고 있음

◇ 시·도별 총소요 업무량(기초자치단체 포함)추계 결과 전국통계 (제주제외) 광역시 소계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광주 울산 16만2115 5만3904 2만1852 7127 7862 5555 4590 3411 3507 도, 소계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10만8212 1만7179 1만2664 6084 1만3991 4704 1만3079 1만8962 2만1549 ※소요 업무량 100은 연간 소요인력 '1인'으로 환산됨 ※출처:한국지방정부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