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선 통과하면 본선 승리" 인식
- 與 후보들 룰·朴心 논쟁에 올인
- 野, 유리한 구도만들기 수싸움
- 도전장 낸 6명 모두 기성정치권
- 새인물 부재도 '정책 외면' 한몫
- 부산 재도약 더없이 좋은 기회
- 유권자 기대감 사그라들까 우려
6·4부산시장 선거전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후보'도 보이지 않고 '비전'도 '어젠다'도 없다. 허남식 부산시장의 '10년 시정'이 끝나는 시점에서 재도약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부산 시민들의 기대감이 갈수록 사그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 상황 진단? 침묵의 카르텔
허 시장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부산시장 선거전은 '외화내빈'이다. 새누리당 서병수·박민식 의원, 권철현 전 주일대사, 민주당 김영춘 전 최고위원·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 무소속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6명의 후보가 나서고 있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여야 후보군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선거전의 초반이지만 부산의 미래에 대한 담대한 변화와 비전을 제시하며 시민들의 심판을 받겠다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여당 후보들은 선거전이 시작된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인지도 높이기와 경선 룰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야권 후보들은 오 전 장관의 정체성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여기에다 야권은 선거보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창당작업에 전력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정쟁에만 몰두하는 동안 부산의 과거와 미래는 사실상 선거에서 자취를 감췄다. 여당 후보들은 허 시장 10년의 공과에 대해 애써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야권의 유력한 후보인 오 전 장관도 허 시장 체제의 평가에는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현 상황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진단이 전제되지 않으니 후보들이 그리는 부산 미래도 안갯속이라는 냉소가 나오고 있다.
제2도시 부산의 위상이 흔들리고 지역경제는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후보자들은 시민들의 가슴을 뛰게 할 담대한 비전제시도 부족하며,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생활이슈 제시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20년 부산 정서가 만든 불편한 진실
이 같은 여야 후보들의 선거전은 '부산 정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시민들이 지난 20년 동안 새누리당을 선택한 것이 여당은 물론 야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당내 경선 승리가 본선 승리의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인식 탓에 정책보다는 당내 경선에만 '올인'하는 상황이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경선 승리가 가장 중요한 만큼 지금 상태에서 각 후보진영이 본선 정책 경쟁에 치중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현역인 새누리당 서·박 의원이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지 않고 있는 것도 경선 유불리만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여당 후보 사이에서 끊임없이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부산 정서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부산 정서는 20년의 악몽을 겪은 야권에도 정책보다는 구도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정책 대결은 뒷전이고 오로지 구도 만들기에만 몰두해 부산 미래를 놓고 치열한 대결이 벌어지는 선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지난 20년간 누가 여당 후보로 나오든 당선되는 여당 독식 구도의 부산의 정서를 경험한 데서 초래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인물난도 한몫
조용한 부산 선거는 부산시장 후보들의 인물난과도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여야 후보 6명 모두 수개월 전부터 부산시장 출마를 저울질해왔다. 부산 시민 입장에서 '신선한 후보'에 대한 바람이 꺾였다는 의미다. 더욱이 후보 모두 기성 정치권 출신 인사들로 참신함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권에서는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과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각각 4선과 3선 의원 출신, 박민식 의원이 재선이지만 시민들에게 각인된 의정활동이 있느냐고 공격하고 있다. 반면, 여권에서는 오 전 장관에 대해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에 두 번 출마했고,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는 경력 외에 내세울 게 없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민주당 김 전 최고위원과 이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여야 후보들이 저마다 '변화' 화두 선점에 주력하고 있지만 '메아리'가 적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제신문 매니페스토 평가단인 동서대 배수한 교수는 "현재 후보들에 대해 부산 시민들이 크게 기대를 안 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의 지지율 몇 % 차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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