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지방분권 운동은 중앙의 권한과 자원을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중앙정부에 촉구하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든 초기에는 외부로부터의 힘이 필요한 법이기 때문이었다. 일을 하려면 음식이 외부로부터 들어와야 하고, 갓난 아이가 잘 자라려면 주변의 보살핌이 있어야 하지 않던가.

하지만 재원이전이 결여된 권한이양은 지자체의 과중한 업무 부담만 안겨준 부작용이 있었고, 중앙정부 주도적으로 시행된 각종 정책은 지방의 의타심만 키운 측면이 없지 않았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그 형질을 변화시켜야 하는 중대국면을 맞았다. 무슨 일이든 나중에는 외부의 힘보다 내부의 힘이 중요한 법이다. 음식을 먹었으면 그 에너지로 일을 해야 하고, 아이도 주변의 보살핌으로 충분히 자란 후에는 자립을 해야 하지 않던가. 지역도 중앙정부의 힘이 아닌 내부의 용트림으로 날아올라야 하지 않을까. 저간의 부정적 변화를 극복하고 긍정적 변화를 북돋우면서 원활한 지방자치가 가능하도록 지역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지역은 수권능력을 길러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자신을 통치할 수 있는 수준의 지방자치를 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의 환경 조성과 실천, 그리고 열정과 같은 3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주권을 스스로 쟁취할 수 있다.

첫째, 지방자치 환경조성은 생활정치 풍토 조성을 말한다. 생활정치란 주민의 뜻을 반영토록 법, 제도 그리고 정책을 만들고 개정하고 폐기하는 활동을 말한다. 지방자치란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주민의 뜻이 법과 정책에 반영되려면 주민들의 뜻을 공론화하는 대화의 장이 있어야 한다. 이 공론을 통해 비로소 주민은 지역주권을 가진 주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바로 주민의 생활정치 활동이다. 이 정치행위를 통해 지방자치는 비로소 민주주의를 실천한다.

둘째, 주민들 스스로 지방자치를 강력히 실천해야 한다. 주민들이 자기운명을 결정하는 생활정치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생활정치의 환경이 조성된다. 지역의 특정 이익집단이나 중앙정부의 집권 편향 세력이 지역의 정책을 농단하도록 방관해서는 안 된다. 지역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정치 행위를 직접 주도해야한다.

셋째, 지방자치의 실천은 지역주민의 열정으로만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중앙정부가 지역을 '위하여' 무언가를 해준답시고 '갑' 노릇을 해왔다. 앞으로는 각 지역이 스스로 '갑'으로서 오로지 자신의 열정에 '의하여' 지역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지역 내부에 멋진 지역을 만들고자 하는 에너지가 넘쳐야 한다. 그래야 그 열정으로 무슨 일이든 할 것 아닌가. 문제는 우리에게 그 에너지가 있느냐이다. 열정을 만들려면 우리 스스로 지역을 찬찬히 살펴보아야 한다. 높이 나는 새가 아니라 땅에 찰싹 붙어 움직이는 미물이 되어 땅 구석구석을 살펴야 한다. 그 다음에라야 지역에 대한 무한한 열정이 움트는 것 아닐까.

이민원 광주대학교 교수·지방분권국민운동 상임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