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 주최로 최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북인사 마당에서 열린 어머니 청렴지킴이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부정과 비리를 발본색원 하자는 의미로 '부정' '비리' '편법'을 상징하는 얼음조각을 깨뜨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국제신문DB

- "자치단체가 돈·권한 제멋대로 사용"
- 중앙집권론자, 통제 필요성 강조
- 일부 언론, 호화청사 등 들어 맞장구
- 안행부 '파산제도 법제화' 드라이브
- 박 대통령, 지자체 규제 '암덩이' 지적

- "파산제, 자치권 훼손 심각 … 강력 대응"
-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등 4대 단체 반발
- 후보자 정당보다 실적·능력 기준 투표
- 중앙의 자치확대 반대여론 잠재워야
- 자체감사·징계시스템 강화 지적도

"지방(공무원)은 무능하고 비효율적이고 부패했다."(서울지역 언론사 논설위원)

"나는 업무와 관련된 국가기술자격증 3개를 갖고 있는데, 중앙부처 담당직원보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보나."(대구시 공무원)

2012년 5월 대통령 소속 지역발전위원회가 개최한 지역발전정책관련 토론회에서 벌어진 '설전'이다. 중앙집권론자들은 "자치단체가 돈과 권한을 제멋대로 썼다"는 사례를 들면서 "'2할 자치'로 이 정도인데, 권한을 더 주면 큰 일 난다"는 식이다.

안전행정부가 지난 2월 14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방자치단체 파산제도를 법제화하겠다고 보고한 것도 이런 중앙의 시각이 반영돼 있다. 자치단체 파산제도는 재정위기로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자치단체에 중앙정부가 개입해 재정회생을 추진하는 제도이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등 지방4대협의체는 '화들짝' 놀랐다.

전국 244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절반이 자체세입으로 공무원의 인건비도 조달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파산제도는 '충격' 그 자체였다.

4대협의체는 중앙정부가 돈은 지방에 넘기지 않으면서 복지비 부담을 지방에 전가시키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를 조장해 놓고, 파산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달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재정이 열악한 상당수 시군구는 파산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자치단체 파산제 도입은 현재 난맥상을 보이는 지방재정 상태의 책임을 지방으로 전가하고 중앙의 지방자치에 대한 전방위적 개입을 정당화하는 지방자치권을 심각히 훼손하는 것으로 규정,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파산제도는 1995년에 자치여건의 미성숙을 내건 여론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하지만 19년이 지난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안전행정부는 파산제 도입의 필요성으로 '자치단체 재정운용의 책임성'을 내세웠다. 자치단체가 국민의 혈세를 '눈 먼 돈'처럼 무책임하게 집행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감사원과 국민권익위는 물론 국회까지 나서 ▷자치단체의 호화청사 건립 ▷문화·체육·복지시설의 중복투자 ▷지방공무원의 부패·무능력과 자체감사시스템의 부재 ▷지방공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 ▷지방의원의 일탈과 외유성 해외출장 등 자치권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지방통제에 대한 필요성을 부추기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런 사례를 동원해 지방에 대한 중앙의 통제를 정당화하려는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명박(MB) 정부 때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자치구의회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는데도 이런 여론이 작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암덩리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에도 중앙정부 못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의 불합리한 규제'가 표적으로 지목됐다. 지방정부의 무책임한 권한행사와 예산집행이 중앙정부가 자치권을 제한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며 '자업자득'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부산시 등에서 "중앙권력이 일부 자치단체의 사안을 전체 지자체의 잘못으로 몰아붙이고, 사소한 실수를 부풀린 결과"라고 항변하지만, 여론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자치권에 상응한 책임성을 확보하는 것이 2할 자치를 넘어서 실질적인 지방자치로 가기위해 '넘어야할 산'이라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먼저 시민사회단체는 비리와 무능으로 얼룩진 자치를 막고, 중앙의 자치확대 반대여론을 잠재우려면 유권자들이 정당이나 인연이 아니라 후보자의 실적과 능력을 기준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권익위는 "자체감사 및 징계 시스템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며 "토호세력과 결탁하는 등의 자치권 행사를 덮어주는 문화를 혁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시도의장협의회는 "지방정부와 의회 간 균형과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의회의 권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과감한 자치권 확대가 책임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역발상'을 주문하고 있다.

배덕광 전 해운대구청장은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재임 시 "지방에 제대로된 권한이 있나, 재정이 있나. 중앙이 결정하고 돈을 주면 집행만 하다보니, 그만큼 책임의식도 낮아지는 것"이라면서 "자치권을 확실히 주면, 그만큼 책임도 확실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이제는 지역실정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와 지역주민, 지역의 상공인들 주도로 발전전략을 마련하는 상향식으로 지역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지역주도형 발전전략'은 지역이 특화발전 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책임지고 중앙정부가 '후방지원'을 맡는다는 점에서 자치권 확대없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지방부패공직자 적발유형별 현황 (단위: 명,%) 기관유형          적발유형 합계 검·경찰 자체감사 외부기관 진정 등 감사원 기타 합계 2919(100) 1596(54.7) 463(15.9) 439(15.0) 205(7.0) 140(4.8) 76(2.6) 지방자치단체 1525(100) 970(63.6) 168(11) 235(15.4) 51(3.3) 69(4.5) 32(2.2) 시도육청 1140(100) 591(51.8) 242(21.2) 79(6.9) 132(11.6) 66(5.8) 30(2.7) 지방공직유관단체 254(100) 35(13.8) 53(20.9) 125(49.4) 22(8.7) 5(2.0) 14(5.2)

◇ 부패공직자 기관유형별 현황 (단위:명) 기관유형                       년도 합계 2010년 2011년 2012년 부패공직자(전체) 5080 1652 1818 1610 중앙행정기관 1491 472 536 483 지방부패공직자 2919 1115 1053 751 - 지방자치단체 1526 584 515 427 - 시도교육청 1140 478 418 244 - 지방 공직유관단체 253 53 120 80 ※출처 : 국민권익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