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병수 권철현 박민식(왼쪽부터) 부산시장 경선 후보가 12일 오후 남구 대연동 경성대 인근 치맥(치킨과 맥주) 가게에서 '생맥주 회동'을 갖고 치열하되, 정정당당한 경선을 다짐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권철현 부산시당 위원장 시절
- 서병수·박민식 지원 사실 화제
- 권 "그때 생각해 양보해야" 농담

- "본의 아닌 공방, 서로 이해를"
- 서, 경선 과열 방지 제안하자
- 권·박 "앙금 없어야" 동감 표시

- "친박 핵심으로 대통령 지켜야"
- 권·박, 서 후보 협공 모양 연출
- 서 "나 없어도 잘 하실 것" 방어

박민식 의원, 서병수 전 의원, 권철현 전 주일대사 등 3명의 새누리당 부산시장 경선 후보가 국제신문이 마련한 '생맥주 회동'에 참석해 마주 앉았다. 경선(22일)을 꼭 열흘 앞둔 12일 오후 남구 대연동의 한 치맥(치킨과 맥주) 가게에서 이들은 생맥주로 건배하며 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피력하고, 본선 승리를 위해 최대한 화합하는 경선이 되도록하겠다고 다짐했다.


"선배님 너무 열심히 하시는 거 아닙니까." 박민식 의원과 서병수 전 의원이 권철현 전 주일대사의 충혈된 눈을 보며 이렇게 말하자, 권 전 대사는 "잠을 4시간밖에 못잔다. 우리는 스태프가 없어 내가 혼자 다하니까 그렇다"고 했다.

건강 문제 등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 생맥주와 안주가 나오면서 새누리당 부산시장 경선 후보들의 생맥주 회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후보들은 선거 운동 기간에 무슨 말을 많이 들을까. "별의 별 얘기가 많지뭐"라는 권 전 대사에게 서부산권에서는 무슨 얘기가 많으냐고 하자, 서 전 의원을 가리키며 "서부산은 이 양반 혼자 다니니까. 우리(박 의원을 지칭)는 안가고, 살고 있고(웃음)"라고 했다.

서 전 의원은 "서부산권 산업단지 내 기업인들 얘기 들으면 통계와 달리 실제로는 굉장히 어렵다고들 한다. 특히 조선기자재 업계는 더 어려운 것 같더라. 재래시장에 가면 장사가 안 된다는 얘기가 가장 많다"고 했다.

박 의원은 "기본적으로 시장 선거에 그렇게 큰 관심이 없는거 같더라.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선거에 오히려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정치인들이 그동안 신뢰를 못줬기 때문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세 후보 사이에 얽힌 인연이 화제에 올랐다. 서 전 의원은 "정치에 입문할 때 권 선배님이 많이 돌봐주셨다. 아무 것도 모를 그때 힘이 많이 돼 주셨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두 분 지지를 두고 서로 입장 차이가…"라고 했다.

권 전 대사가 말을 받았다. "서병수 후보하고는 처음에 해운대구청장 보궐선거 나갈 때 찬조연설 하면서 알게 됐다. 역사가 깊다." 그의 말은 이어졌다. "내가 시당위원장 할 때 서 후보에게 상당이 힘이 돼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만날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그때 생각하면 (서 후보가) 양보해야 되는데(웃음)."

박민식 의원과의 인연도 자세히 들려줬다. 국회의원을 할 때 박 의원 어머니와 가까운 주지 스님이 당시 정치 지망생이던 박 의원을 소개해줬다는 것이다. 역시 그런 돈독한 관계가 지금은 이렇게 대항적인 입장이 됐다는 것이다.

분위기를 좀 바꿔 '시장이 되면 반드시 해결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들어보려 했다. 하지만 이내 세 후보가 동시에 "너무 무거운 얘기다. 고문이다. 오늘은 같은 당 후보끼리 '단합 대회' 하는 자리 아니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점도 털어놨다. 박 의원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당내 경선에서 돈봉투가 있었다고 들었다. 지금은 전혀 그런 것이 없는 것 같더라. 당내 경선 처음 해보는데 희망적인 것을 많이 봤다"고 했다.

지금의 경선 판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박 의원과 서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언론이 더 잘보고 있지 않느냐. 판세는 객석에서 잘 보이지, 플레이어는 잘 모르는 것 아니냐"라고 피해갔다.

서로에게 덕담을 부탁했다.

서 전 의원이 먼저 얘기했다. "선거를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지지자도 있고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거슬리는 이야기들이 언론에 보도도 되고해서 곤란한 심정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깊은 이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본지 지상토론 등을 통해 한차례 충돌한 것을 염두에 두고 하는 얘기였다.

권 전 대사는 "정치에는 금도가 있고, 선·후배 문제도 있다. 경선에서 앙금이 쌓이면 본선에서 굉장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경선 캠프 식구들을 잘 교육시켜서 일정한 선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내 경선은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도 "권 선배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여기서 백날 이겨봐야 본선에서 지면 아무 의미가 없다. 치열하게 하되 깨끗하게 하고, 앞으로 스스로가 페어플레이가 돼야 한다. 좀 더 스스로를 추스르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세 후보는 최근 '미라클시티'(박민식) '글로벌시티'(서병수) '부산대개조론'(권철현) 등의 공약도 내놨다. 권 전 대사는 "내가 제일 손해다. 책과 5차례에 걸친 기자회견을 통해 일찌감치 공약을 내놔서, 상대로부터 공격거리가 많다. 그런데 최근 나온 두 분의 공약 내용은 아직 검토를 못했다"고 했다. 이에 박 의원은 "'부산대개조론, 지방이여 깨어일어나라'를 처음부터 끝까지 밑줄 치면서 다 읽어봤다. 행간에 진정성이 녹아있었다"고 권 전 대사를 추켜세웠다.

마무리 발언은 설전 아닌 설전이 돼버렸다.

권 전 대사가 두 사람을 향해 강펀치를 날리고, 권 전 대사와 박 의원이 서 전 의원을 협공하는 모양이 됐다. 그러나 서 전 의원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권 전 대사는 박 의원에게 "이제부터 시작이니 부럽다. 근데 내가 2002년도 시장 선거 출마하려고 할 때 당시 이회창 총재가 '중앙에서 큰 정치인으로 남으려면 시장직 도전은 죽음의 길이다'며 말리더라. 이제 그말 뜻을 알겠더라"고 말했다. 이에 박 의원은 애써 제대로 못알아 들은 척 했다.

권 전 대사는 서 전 의원에게는 더 노골적으로 말했다. "박근혜 정권의 핵심으로서, 끝까지 대통령 곁에서 지켜줘야지 부산에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엔 박 의원도 "정권을 만든 사람이 그 정권을 지키는 책임도 있다"고 거들었다.

서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은 제가 아니더라도 원칙을 지키며 잘 하실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