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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강병기 후보가 이제는 제왕적 도정이 아니라
서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소통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
- 무상급식, 진보정치가 이룬 성과
- 농민·노동자·서민 행복 최우선
- 새정연 단일화 제의땐 응할수도
- 세월호 참사 계기 與 무능 드러나
- '변화·사람 살리는 정치'가 대안
통합진보당 강병기(54) 경남도지사 후보를 만난 곳은 지난 19일 같은 당 소속의 진주시장 후보 사무실에서였다. 그는 이날 거제에서 공약을 발표한 뒤 진주에 잠시 들렀다가 다시 선거대책본부가 있는 창원으로 가기로 되어 있는 등 아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운동권 출신이어서 강성일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강 후보의 인상은 부드럽고 순박하다. 옆에 있던 보좌진은 그의 별명이 '하회탈'이라고 귀띔했다. 늘 잘 웃는다고 해서 붙여졌다. 강 후보는 어렵고 힘들더라도 웃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긍정의 에너지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가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소속이었던 2010년 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두관 전 지사와 단일화를 한 뒤 후보자리를 양보했기 때문에 진짜 선거와 맞닥뜨린 것은 처음이다.
강 후보에게는 진보진영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그에게 진보는 어떤 의미일까. 강 후보는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소외되었던 인간이 중심이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따뜻한 진보가 진짜 진보"라고 정의를 내렸다.
취직이 잘 된다는 국립대 이공계 대학을 나온 뒤 대기업이 아니라 농민운동에 나선 것도 이런 진보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일하는 농민과 노동자, 서민 등 민중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과는 달리 선거판은 녹록찮다. '이석기 RO(혁명조직) 사건' 등으로 유권자들이 통진당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주 차갑다. 그도 통진당 후보로 나선 이번 선거에서 낮은 지지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 후보는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수가 바위를 뚫는다고 했다. 솔직히 당선보다는 어려움에 부닥친 당을 지키고자 단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자신이 처한 현실을 솔직히 인정했다.
반면 진보정당이 이룬 몇몇 결과물에 대해서는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2000년 민주노동당이 무상급식을 주장했을 때 당시 한나라당은 "빨갱이 같은 소리"라고 돌을 던졌지만 불과 10여년 만에 무상급식이 현실이 된 점을 예로 들었다. 노동자·농민·서민의 정당과 진보정치가 이룬 성과라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요구하고 있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상대를 정치적 동반자로 인정해야 단일화를 이룰 수 있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를 거부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 새정연이 진정성을 보이면서 단일화를 공식 제의하면 응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강 후보는 진보진영 출마자답게 대화 내내 서민의 정치와 소통의 가치를 강조했다. 자신이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는 주장의 근거도 여기에서 끌어냈다. 그는 "경남에서는 홍준표식의 '제왕적 도정'이 아니라 신음하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손수건을 먼저 내미는 등 도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소통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새누리당 후보를 비판했다. 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새누리당의 무능이 드러났다며 '사람을 살리는 정치에 매진'하고 있는 통진당이 대안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유권자들에게 당부했다.
# 기계공학도 출신…농민운동 이끌다 정치권 들어가
■ 강 후보가 걸어온 길
통합진보당 강병기 후보는 1960년 경남 진주시 대곡면 설매리에서 태어나 진주 대곡중·고와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마친 뒤 그는 진주에서 사회과학서점을 여는 한편 농민운동을 시작했다.
전국농민회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때인 2001년에는 금강산에서 남북농민통일대회를 열였다. 이는 남과 북의 농민단체들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2002년에는 농민운동 사상 최대인 30여만 명이 집결한 농민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농민운동에서의 이런 역할을 인정받아 강 후보는 제도권 정치권으로 들어가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그는 학창시절 겪었던 부마항쟁에 이어 '30만 농민대회'를 인생의 전환점이자 가장 중요했던 일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강 후보는 정치가 바뀌지 않고서는 극심한 위기에 처한 농업을 살릴 수 없다는 생각에서 농민을 대표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고 술회했다.
강 후보는 평생 반려자인 아내 김미영(50) 씨도 농민운동을 하던 중 만났다. 그의 아내는 비례대표로 경남도의원을 지낸 데 이어 현재는 진주시의원 신분이다. 6월 선거에서는 통진당 소속으로 시의원 선거에 다시 출마했다. 그의 인생 철학은 '주인답게, 당당하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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