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왼쪽)와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27일 금정구 금정문화회관과 강서구 강서체육공원 체육관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박빙의 접전이 이어지는 부산시장 선거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혼돈의 연속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 무소속 오거돈 후보 간의 진검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급기야 지지율 5% 안팎을 보인 제3의 후보인 통합진보당 고창권 후보가 후보를 사퇴해 실질적인 양강 체제가 구축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고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 지방권력의 교체를 위해 후보직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거돈 후보와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의 격차가 뚜렷하지 않아 여전히 새누리당의 일당지배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지방권력 교체를 바라는 부산시민의 열망을 생각, 후보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고 후보의 사퇴의 그의 지지표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 후보 쪽으로 쏠리거나 기존 오 후보 지지층이 일부 이탈할 가능성이 있어 선거 종반 표심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에상된다.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두 후보는 지금부터 불거질 돌발변수가 승부를 가를 진짜 변수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연 표심은 어떻게 흐를까.

　29일 정치권과 두 후보 캠프 진영 등에 따르면 부산시장 선거은 20% 안팎의 부동층 향배와 비롯해 또다시 이슈가 된 가덕도 신공항 해법, 무소속 후보의 정체성, 비방·폭로전에 따른 역풍의 방향 등이 당락을 좌우할 쟁점으로 떠오른다.

　◇가덕도 신공항 해법의 득실은 '아무도 몰라'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는 서 후보와 오 후보가 사활을 걸고 내건 화두다. 두 후보의 해법도 엇갈린다. 여기서 신공항의 추진 주체와 구체적 방안 등에서 양측의 입장이 완전히 달라서 표심도 확연하게 두 쪽으로 쪼개지는 형국이다.

　지난 2월 서 후보는 출마 선언을 가덕도에서 할 만큼 신공항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집권여당의 4선 의원으로서 사무총장 등 요직을 거친'힘 있는 후보'라는 점을 내세워 임기 동안 유치를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서 후보는 정치적, 정무적 논리를 떠나더라도 지금 진행되는 항공수요조사는 물론이고 앞으로 있을 신공항 타당성 조사에서도 입지 조건이 좋은 가덕도가 건설 부지로 결정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반변 오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 논의에서 대구와 경북을 배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신공항은 김해공항의 항공수요 포화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므로 대구·경북에서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라는 게다.

　오 후보는 지금과 같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면 정치 논리가 개입, 무산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아예 부산이 중심이 돼 민간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공항 쟁점 부분에서 서 후보 방안은 안정적이지만, 지난 정권 때와 같은 지역 간 갈등을 어떻게 푸느냐, 오 후보의 방안은 대구·경북을 제외함으로써 또 다른 지역 갈등을 불러올 수 있고 10년이 넘는 장기 사업에 민자를 과연 유치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무소속의 정체성 논란 점입가경"

　이번 부산시장 선거처럼 집권 여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경우는 두 번째. 앞서 지난 1998년 한나라당 안상영 후보와 무소속 김기재 후보가 나서 치열한 접전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김기재 후보가 앞서가다가 안상영 후보가 막판에 역전에 승공, 45.1%의 지지율을 얻어 김 후보(43.5%)를 제쳤다.

　이번은 당시 상황과 좀 다르다. 1998년에는 김기재 후보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이번에는 오후보가 처음부터 무소속을 고수했고,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춘 후보와 단일화를 이뤘다. 여기에다 야권성향의 표심을 일부 잠식할 수 있다는 제3의 후보까지 사퇴한 상황이다.

　당장 서 후보 측은 오 후보를 '위장한 무소속 후보'라고 규정, 야권 후보와 다름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서 후보 측은 "두 번이나 열린우리당으로 시장선거에 나선 전력이 있는 오 후보는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것이 무소속"이라며 "정체성이 없는 무소속 후보로는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정부·여당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어 향후 부산의 발전을 이끌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오 후보는 "지역정치는 중앙정치에 예속되면 안 되고, 정당의 힘보다도 시민의 힘이 훨씬 막강하고 무섭다"면서 "무소속이 부산 발전을 위해서는 더 이롭다"고 역설하고 있다.

　오 후보는 "부산이 20년 동안 새누리당 독점 구도에 있었지만 '절망의 도시'로 전락한 것은 부산시민의 뜻대로 할 수 없는 정치적 구조에다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구속당해 왔기 때문이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비방·폭로전 더 심할듯…"역풍도 우려"

　선거전이 초박빙 상황으로 흐르면서 중반에 불거진 비방·폭로전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얼마나 반영되느냐도 판세를 가르는 데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 후보는 오 후보를 상대로 박사학위 논문표절 및 대필 의혹,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데 따른 '해피아' 책임론 등을 제기했다. 오 후보는 원전 비리 측근 연루, 동해남부선 관련 부동산 투기의혹 등으로 서 후보를 공격했다.

　이런 가운데 선거 종반으로 갈수록 양측은 '한방의 폭로전'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두 후보 캠프 진영은 상대 후보의 폭로전 재료를 탐색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방을 노리고 터트린 상대 후보의 약점 등을 폭로했다가 자칫 역풍을 맞아 스스로 침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발표 시기와 여론의 향배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 선거 기간에 당장 확인할 길이 없는 폭로전의 결과에 따라 초박빙의 선거전의 당락을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선거 전문가는 진실과 부합하지 않으면 오히려 의혹을 제기한 쪽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 대결'로 전환하는 것이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선거전 양상은 그렇게 원론적으로 흐를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