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조용한 선거와 정책대결을 표방하던 후보들이 선거 막바지에 들어 고소와 고발에 이어 폭로전까지 벌이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눈총을 받을까 봐 잠잠히 지내던 후보들이 투표일을 앞두고 앞뒤 따질 겨를도 없이 사법 당국으로 달려간 것이다.

　고소·고발전은 광역단체장은 물론 교육감,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에 이르기까지 선거 단위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막판 선거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고 있다.

　충북지역에서는 최근 도내 각 경찰서에 접수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60건을넘었다.

　4년 전 제5회 지방선거 때 151건의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지만 올해는 대부분의고소·고발이 후보자 등록이 이뤄진 지난달 15∼16일 이후 집중됐다.

　하루 평균 4∼5건씩 접수된 셈인데 후보자 비방, 불법 인쇄물 배부, 공무원 선거 개입, 기부행위 등 유형도 다양하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지난달 20일 새정치연합의 여성 의무공천 규정 위반을 문제 삼았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청주 흥덕을 선거구 기초의원 선거에 한 명의 여성 후보자도 내지 않았다며 청주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또 지난달 26일에는 청주지법에 "(새정치연합) 이시종 충북지사 후보가 투표일까지 제2경부고속도로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못하게 해 달라"며 '당선 방해 금지'라는 이색적인 가처분 신청도 냈다.

　도 선관위에도 후보자 등록과 때를 맞춰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접수 건수는 100건에 가깝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하겠다"면서도 "정책공약 선거를 약속했던 후보들이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경남 창원시장 선거에 나선 안상수 새누리당 후보와 허성무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고소·고발을 주고받았다.

　안 후보 측은 지난달 16일 허 후보 선거홍보물에 안 후보를 비방하는 만평과 구호를 실었다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허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

　같은 달 12일에도 안 후보 측은 허 후보가 출마 기자회견 때 "수도권에서 국회의원 공천에 탈락했고 중앙정치권에서 퇴출당한 퇴물 정치꾼"이라고 안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문제 삼아 고발한 바 있다.

　허 후보 측은 안 후보를 무고 교사 혐의로, 안 후보의 선대위 본부장을 무고 혐의로 각각 고소해 맞불을 놨다.

　경남도교육감 선거는 교육공무원 등이 선거에 개입한 관권선거로 얼룩졌다. 권정호 경남교육감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도내 모 교육장이 직위를 이용해 71명을 그룹 채팅에 초대, 관권선거 동참을 요구했다며 해당 교육장과 채팅에 초대된 교육공무원 31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권 후보 측은 앞서 지난달 25일과 26일 도교육청 장학사와 모 교육장 등 3명이 관권선거를 한 혐의가 있다며 경남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잇달아 고발했다.

　권 후보 측은 "이들이 이번 선거에 출마한 현직 교육감인 고영진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보낸 '고영진 교육감 만들기 '3030운동' 동참합시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교육청 공무원들에게 전파해 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경남도 선관위는 고발된 공무원 중 도교육청과 도내 교육지원청 공무원 등 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부산에서는 선거 전 마지막 주말인 1일 새누리당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와 친인척이 부산시내 동해남부선 개발 예정지 또는 개발부지 주변에 대규모 땅을 보유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무소속 오거돈 후보 측은 서 후보가 영향력을 이용해 수백억원의 개발이익을 챙기려 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 후보 측은 곧바로 "허위사실"이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새누리당 부산선거대책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오 후보가 선거 막판에 근거도 없이 무책임한 흑색선전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후보의 이모저모를 검증하는 선거 기간이 독설과 막말로 채워지기도 한다.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한 박성효 새누리당 후보와 권선택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상대 후보를 겨냥, 연일 막말과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두 후보는 양강구도로 진행되는 이번 선거에서 세월호 참사에 따른 민심을 고려해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박 후보는 권 후보의 당적 변경을 꼬집으며 1일 "충절의 고장 충청도에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며 공천이나 받으려 하는 사람이 시정을 책임질 수 있겠느냐"며 "단물만 빨아 먹고 떨어지면 옆집 가서 또 빨아먹는 사람을 지도자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권 후보는 이날 동구 용전동 복합터미널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기호 1번은 과거를 지향하는 선택이고, 기호 2번은 미래를 지향하는 선택"이라며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두 후보를 지원하는 지원군의 막말도 이미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대전시당위원장은 박 후보를 향해 "무능함 때문에 시장 재임기간 내내 비판을 받은 분으로 과대 평가된 불량주라"라고 공격했다.

　이영규 새누리당 대전시당위원장은 권 후보를 겨냥해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합당 과정에서 시장 후보 경쟁에서 밀릴 듯하니, 난파된 선진당호를 버리고 떠나 세월호 선장과 같은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공작정치'라는 말까지 썼다.

　고 후보는 1일 장녀 희경(27) 씨가 전날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자녀를 이용해 저를 후보 자리에서끌어내리려는 공작정치에는 맞서겠다"고 말했다.

　고 후보는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장남 박성빈 씨가 딸의 글과 관련해 문용린 후보와 통화했다"는 전날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딸의 글이 박성빈 씨와 문 후보의 야합에 기인한 것이 아닌지 정황을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