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재부·부산여당 사전조율
- 민간자금 조달 계획도 없이
- 지난 2월 청와대 업무보고
- 선거 끝나자 사실상 손놓고
- 예산안 편성 땐 '남 일' 홀대
- 해운·조선업계에 부담 안겨
- 정부, 2700억 원 조기 출자로
- 민간업계에 의지부터 보여야
부산에 설립되는 한국해운보증이 출범도 하기 전에 '암초'에 걸린 것을 놓고 정부와 부산 여당이 '6·4지방선거 부산 위기론'을 의식, 졸속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결정 탓에 기구 운영의 핵심인 '보증기금 5500억 원' 확보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선박금융공사를 부산에 설립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지킬 수 없게 되자 정부 여당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대안으로 해운보증기금을 조성키로 한 만큼 애초 계획대로 정부 출자분부터 조기에 조달, 한국해운보증이 설립 목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 졸속 추진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20일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한국해운보증 부산 설립'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발표 하루 전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현오석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누리당 부산 의원들과 사전 조율을 거쳤다.
금융위안에 따르면 재원조달은 출범 첫해인 내년도 1500억 원 출자(정부 1000억 원·민간 500억 원) 등 향후 5년간 5500억 원 출자계획을 제시했다. 2016년도 1000억 원(정부 600억 원·민간 400억 원), 2017년 1000억 원(정부 480억 원·민간 520억 원), 2018년 1000억 원(정부 350억 원·민간 650억 원), 2019년 1000억 원(정부 270억 원·민간 730억 원) 등이다. 하지만 보증 기구 존립을 위한 핵심 요소인 민간자금 조달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없었다는 게 시와 관계기관의 공통된 전언이다.
더구나 기획재정부는 내년도에 300억 원을 출자키로 해 출범 첫해 1000억 원 출자하겠다는 애초 정부 약속도 파기했다. 나머지 정부 몫 2400억 원도 제대로 출자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운·조선업계가 한국해운보증에 출자를 꺼리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해운보증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없는 상황이어서 해운·조선업계도 출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최재홍 산업은행 한국해운보증설립 추진단장은 "해운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심도 있는 검토 없이 정치적 논리로 결정해 출범 전부터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 여당, 사후 대책 소극적
논란이 증폭되면서 '화살'은 6·4지방선거 전 이 방안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던 새누리당 부산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해운보증 설립안 발표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부산시장 후보였던 서병수 의원 등은 정부가 파기한 선박금융공사 설립안보다 부산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산 여당도 선거 이후 한국해운보증 설립을 위한 사후 대책 추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후 해운보증기금 출자에 소극적으로 일관하던 기재부는 예산안 확정 막판에야 선심쓰듯 300억 원을 포함시켰다. 부산 정치권은 이렇게 되자 뒤늦게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700억 원을 증액하겠다고 나서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정부 출자분 조기 완료가 성패 관건
시와 업계는 한국해운보증의 성패는 2700억 원의 정부 출자분의 조기 완료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단장은 "정부가 먼저 한국해운보증 설립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 민간도 신뢰를 갖고 동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정부의 출자 기간인 '5년'도 박근혜 정부 임기 내인 2017년으로 '2년'을 단축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결정한 사항인 만큼 현 정부 임기 말인 2017년까지 2700억 원을 출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한국해운보증에 대한 의지를 담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한 '선 출자, 후 정산'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 추진단 관계자는 "정부가 '외상 장부'를 써준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후 정산'한 전례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