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중국 베이징 외곽 옌치후에 자리잡은 '국가회의센터'에서 열린 APEC정상회의 세션1에서 박근혜(오른쪽)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APEC 21개 회원국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APEC 교통카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시내에서 60㎞ 떨어진 휴양지 옌치후의 옌치호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업무오찬에서 역내 연계성 증진을 위해 이런 제안을 해 정상선언문 부속서인 'APEC 연계성 청사진'의 이행보고서에 반영됐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이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하나의 표준으로 통합해 전국 대중교통과 철도, 고속도로를 카드 하나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교통카드 전국호환제도(One Card All Pass)'처럼 APEC에 가입된 회원국이면 어디에서든 하나의 카드로 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뜻한다.

청와대는 "APEC 21개국에서 호환되는 교통카드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시스템 수출과 교통카드사의 (APEC 회원국) 진출 의지를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또 APEC 내 통관시간 및 물류비용 절감 추진 차원에서 관세청이 인정한 무역업체에 대해 통관 시 검사 축소, 우선 통관 등 혜택을 제공하는 '성실무역업체 상호인정약정(AEO MRA)' 체결 확대를 제안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세션1에서 선도발언을 통해 "중국이 제안한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을 위한 베이징 로드맵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APEC에서 2006년부터 논의돼 온 FTAA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는 것으로 세계 주요 21개국으로 구성된 APEC의 최종 목표이다.

중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FTAAP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항하는 성격이 강해 박 대통령의 이번 지지 의사 표명이 동북아 외교정세나 중국과 미국 사이의 세계 경제 패권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폐막한 APEC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FTAAP 구축 구상의 로드맵이 정식으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APEC이 아태 자유무역지대 실현을 추진하기 위한 로드맵을 비준한 것은 아·태 자유무역지대 실현을 위한 역사적 한 걸음"이라면서 "이는 FTAAP 프로세스가 정식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