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에서 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명희 의원이 발의한 '부산시 생활임금 조례안' 때문이다. 전원 새누리당 소속으로 구성된 소관 상임위원회인 경제문화위(위원장 권오성)는 논의조차 않고 조례안의 상정 보류를 결정했다. 이에 발의자인 정 의원이 반발하고 나섰다.

경제문화위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날 오전 경제문화위원장실에서 소속 의원 간담회를 열고 법적 상황이 성숙된 후 조례로 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상정 보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이 사안과 관련해 부산시가 법제처에 문의한 결과 '생활임금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전에는 근로기준법, 지방자치법,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등 상위법에 저촉된다'는 해석이 나옴에 따라 상정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코 야당 의원의 발의안이기 때문에 상정을 보류한 게 아니며, 정 의원에게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반발하고 있다. 그는 "부산시 입장만 대변하고, 약자 서민을 위하려는 동료 의원의 제안 설명 기회조차 박탈해 버린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말인가"라며 "더구나 한 마디 사전 설명도 없이 보도자료부터 배포하는 것이 과연 부산시민을 위한 시의회의 바람직한 모습인지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정 의원은 "생활임금 문제가 이미 지난 27일 국회 환경노동위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하고 28일 환노위 전체 회의까지 통과하는 등 오히려 국회에서는 여야의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시의회가 조례안을 상정 보류하는 것은 45 대 2라는 절대 다수를 앞세운 여당의 횡포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보다 다소 높은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조례안은 시의회 홈페이지에 입법예고된 지 1주일 만에 4200여 건이나 조회됐다. 이는 다른 조례 평균 조회수(40건 안팎)의 100배가 넘는 것으로 시민적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