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항일승전식 참석 부담백배
- 한미동맹 축 협력 복원 모색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를 끝내 비켜간 지난 14일 아베 신조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는 우리 정부의 외교입지를 상당히 좁혀놓았다. 한일관계 개선과 동시에 미·중 사이에서 적절한 스탠스를 취해 나가야 하는 우리로서는 하반기 대형 이벤트들이 예정된 동아시아 외교에 어려운 숙제를 떠안은 셈이다.
일단 아베 담화가 한일관계 선순환에 추진력을 제공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무산된 상태다. 담화 내용이 새로운 도발은 아니지만, 6월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만들어진 관계 개선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면 또 다른 모멘텀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는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분명하게 대응하되, 북핵·경제·사회문화 등 호혜적 분야에서의 협력과 동북아에서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역내 협력은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기조를 견지해 나갈 것"이라면서 기존 투트랙 기조를 지속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아베 담화가 '어정쩡한''과거형' 사죄에 그치면서 내달 초 중국 항일 승전 기념식 참석을 둘러싼 우리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담화가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에서 전면적으로 탈각했다면 우리로서도 중국 항일 승전 기념식에 참석할 명분이 더 생겼겠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중 간 패권경쟁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우리 정부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는 한미동맹을 축으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등 역내 협력 복원을 적극 모색함으로써 외교적 주도권과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정부가 중국 전승행사 참석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10월 16일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한 것에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강하게 독려하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현안의 진전을 통한 관계 회복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일 정상회담의 우회로 성격인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조기 성사에 우선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