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시정연설 보이콧까지 고려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27일 본회의장에 들어왔다. 다만 본회의장 좌석 컴퓨터 모니터에 '민생우선' '국정교과서 반대' 등의 피켓을 붙여놓고 박근혜 대통령을 기다렸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피켓을 떼 달라고 요청하고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항의하면서 시정연설은 15분가량 지연됐다. 정 의장은 "야당 의원, 특히 지도부에 부탁한다"며 "우리가 삼권 분립의 나라로서 행정부나 사법부에 예(禮)를 요구하듯이 우리도 행정부나 사법부에 예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인쇄물 제거를 거듭 요구했으나 새정치연합은 결국 거부했다.
박 대통령이 연단에 오르자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맞이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기립한 채 박수는 치지 않았다.
정의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은 박 대통령의 국회 도착에 맞춰 국회 본청 앞 계단과 본회의장 앞에서 '국정화 반대', '대통령님 國史보단 國事입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박 대통령은 입장과 퇴장을 포함해 이날 연설에서 모두 56차례의 박수를 받았다. 이는 지난 두 차례의 시정연설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선 35회, 두 번째 연설에선 28회의 박수를 받은 바 있다. 야당 의석에서는 단 한 차례의 박수도 나오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의 마지막 기립 박수 속에 연설을 마친 박 대통령은 정 의장이 있는 연단으로 몸을 돌려 악수를 청했고, 이어 2열로 도열한 여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퇴장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연설 중에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들을 중심으로 미리 준비해온 역사교과서를 펼쳐 읽는 모습을 보이며 '무언의 시위'를 이어갔다. 앞서 2013년 11월 시정연설 때 새정치연합 의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일어나 박 대통령을 배웅한 조경태 의원은 이날도 제일 먼저 일어나 박수로 박 대통령을 배웅해 눈길을 끌었다. 조 의원은 피켓시위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여야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당은 민생법안과 개혁과제를 두고 국회 협조를 요청하는 진정성이 담겼다고 평가했으며, 야당은 일방적인 '대국민 선전포고'였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국민들과 의원들께 드리고 싶은 말을 확실히 말씀해주셨다"며 "내용도 좋고 모든 내용이 우리가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국정교과서 강행을 중단하고 경제와 민생살 리기에 전념해달라는 것이 국민의 간절한 요구인데 그런 목소리를 외면했다"며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답이 없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