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치 권한 이양 내용은 쏙 빠져
- 책임총리제 접고 정면돌파 풀이
- 김병준 국정교과서·사드 반대
- 현안 충돌로 관계 틀어졌을 수도
- 靑은 "다 끝난 얘기…" 의미 축소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국정 리더십이 파탄 났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 의지'는 확고했다. 박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거국중립내각·책임 총리제 등 대통령의 권한 이양을 전제로 한 수습책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신을 '책임총리'로 인식하는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임명되더라도 박 대통령과 충돌하면서 국정 혼란은 수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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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원제(오른쪽) 정무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이 4일 오전 춘추관에서 '최순실 국정 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앞두고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연합뉴스 |
박 대통령이 내치 권한 이양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자신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과 김 내정자 간 국정 현안을 두고 충돌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김 내정자를 지명했지만, 국정교과서·사드 배치 등 현안에 대한 인식 차이를 확인하면서 내치 권한 이양 의사를 접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김 내정자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국정교과서·사드 배치 문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에 대해서도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내정자는 박 대통령의 답변에 대해서는 "지난 토요일 짧지 않은 시간 독대했지만, 정확한 표현은 생각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담화의 방점은 진솔한 사과와 그다음에 특검까지도 받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 내정자와 충분히 협의해 권한을 줬고, 김 내정자도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그런 의지를 표명했으니 그걸 맞다, 아니다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를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론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검찰 수사가 정점으로 향하면 추가 담화나 사과를 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2선 후퇴 카드를 미리 사용하면 하야나 탄핵이 현실화되는 상황을 피해갈 방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또 이번 담화문과 영수회담 수용 등을 통해 사태가 수습 국면에 접어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가족 간 교류도 끊고 외롭게 살면서" "사사로운 인연을 끊고" 등으로 감성에 호소한 것도 여론 변화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담화에도 여론이 잦아들지 않으면 박 대통령은 권한 이양에 대해 '결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 담화 주요 내용
- 최순실 사건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모든 사태 저의 잘못이고 불찰
-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 수용할 것
- 개인사 도울 사람 마땅찮아 최순실 도움 받고 왕래
- 사이비 종교에 빠졌거나 청와대 굿판은 사실 아니다
- 앞으로 사사로운 인연 끊고 살겠다
- 잘못 드러나면 누구라도 그에 상응한책임. 저도 책임질 각오
- 국정 중단돼선 안 돼. 여야 대표들과 자주 소통할 것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