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을 당론으로 정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3당은 지난 21일 청와대가 국회추천 총리 문제와 관련해 '조건이 좀 달라졌으니까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한 데 대해 발언의 진의에 촉각을 세우면서 "또 뒤집기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특히 후임 총리 문제가 확실히 정리되지 않은채 자칫 '황교안 권한대행체제'로 탄핵정국을 맞을 경우 야당이 구상했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야권으로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어 비상이다. 여기다 총리 인선 논의가 본격화되면 전선이 분산돼 촛불민심에 역행할 수 있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논리와 '선(先) 총리, 후(後) 대통령 퇴진론'을 강조해온 국민의당 사이에 셈법도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선(先) 총리 추천론'에 부정적이었던 민주당 주류로선 청와대의 미묘한 입장변화를 고리로 총리 논의를 뒤로 미룰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황교안 딜레마'를 감안할 때 무작정 총리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게 고민이다.

실제 '질서있는 퇴진' 로드맵 마련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 소집을 주도해온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현재 서명한 의원이 140명 조금 넘는데 이번 주 안으로 반을 넘겨 소집 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국회에서 총리 부분을 어떻게 할지, 탄핵 발의를 어떻게 할지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더라도 총리는 대통령에게 추천해 임명을 받아야 하는 게 헌법적 절차"라며 "오늘이라도 8인 지도자 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선(先) 총리 후(後) 박근혜 대통령 퇴진의 길을 가야 한다. 야 3당이 철저하게 공조해 할 수 있도록 접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당도 같이 해야 한다. 같이 안 하면 (대통령 거부의) 구실을 주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의 4자 회동에서 논의해서 총리를 합의하면 대통령이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강경대응에 대해선 "우리가 덫에 걸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황 총리가 아무런 제어장치 없이 그대로 밀어붙이는 현재의 정국을 그대로 놔둘 수만은 없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과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22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를 위한 긴급토론회'를 개최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당론으로 결정한 바 있으며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30여명도 이에 동참할 뜻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 총리추천에 관한 구체적인 대안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영실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