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항쟁이 유독 부산에서 지속적으로, 또 격렬하게 진행됐던 것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산 시민의 '부채 의식'이 컸던 것 같습니다. 광주에서 발생한 비극에 많은 시민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억눌려 있던 감정이 폭발한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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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6월 항쟁 때 부산국본 사무국장을 맡았던 고호석 씨가 당시 항쟁 경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임경호 프리랜서 |
부산지역의 6월 항쟁을 이끌었던 부산국본의 사무국장 고호석 씨는 "그 무렵 부산에서 매일같이 격렬한 시위가 밤새 이어지는 것을 보고 전국 각지에서 매우 신기하게 여겼다"고 전했다. 고 씨는 '부림 사건'의 실제 주인공으로, 이 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 속 국밥집 아들이다. 부림사건은 1981년 전두환 정권이 부산지역 민주 세력을 반국가 단체(부림) 구성원으로 조작한 것이다.
고 씨는 부마항쟁의 경험이 6월 항쟁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시 부마항쟁에 참여했던 고등학생과 대학생, 그 과정을 지켜봤던 수십만 명의 시민이 6월 항쟁의 주역으로 참여했다"며 "부마항쟁 당시의 거대한 시위를 몸소 겪었던 시민들이 불의에 항거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또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피해자인 박 씨가 '부산의 아들'이었다는 점도 시민들의 거센 항쟁의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고 씨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30년이 지난 오늘날 국민이 다시 거리로 나선 것에 대해 다양한 소회가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정권이 국민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으면서 범국민적 항쟁으로 번진 게 비슷하다. 또 일회성이 아니다. 당시에는 매일 시위가 벌어졌고, 지금은 매주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면서 "결국 정치권이 국민의 민주주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고 씨는 "6월 항쟁이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을 쟁취한 반면 여러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지만, 6월 항쟁 이후 민주주의의 체계가 자리 잡은 것은 평가해야 한다. 특히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이 활성화되는 등 시민사회가 큰 변화를 맞은 것은 반드시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의 촛불집회가 6월 항쟁 정신을 이어받아 대통령 탄핵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그는 "당시나 지금이나 국민이 거리로 뛰어나오게 한 것은 정권과 정치인의 책임이 크다. 이들에 대한 인적 청산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