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S 집권 이후 중앙집권에 순응
- 경제·사회·문화 '2류'로 전락
- PK리더들, 발전동력 찾기보단
- 국책사업유치·SOC예산확보 등
- 쉬운 길 택해 자체역량 상실
- 지역적 위상 걸맞은 역할 위해
- 기초의원 공천폐지 등 사안
- 우선적 분권 과제 똘똘 뭉쳐야
우리나라 현대사의 중심에 섰던 부산 울산 경남(PK)의 존재감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 이후 PK 주류 세력이 중앙집권 체제에 순응하면서 지역 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가 수도권에 이어 '이류'로 전락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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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지방분권 개헌 결의대회에서 안희정 충남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박주선 국회부의장, 김부겸 의원 등이 참석해 '지방분권 개헌'이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연합뉴스 |
지방의 맏형 격인 PK는 수도권 집중화로 나타난 중앙집권 체제에 대응할 유일한 권역이다. 하지만 그동안 PK 주류 세력이 중앙집권 체제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면서 PK 위상 하락과 함께 지방의 위기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지방의 대표 격인 PK에서 분권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방을 넘어 대한민국의 제2 전성기를 열겠다는 PK의 선언이다.
■ 수도권 공화국 고착화
수도권은 우리나라의 모든 유·무형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2015년 말 기준 전체 사업체 수의 47.4%, 전체 종사자 수의 51.4%, 전체 매출액의 55.1%를 수도권이 차지하고 있다. 이 비율은 5년 전 조사 당시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부산의 사업체와 종사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2%와 6.6%에 불과했다.
수도권 집중은 인구 통계로 나타난다. 수도권 인구 비율은 2000년 46.3%에서 2005년 48.2%, 2010년 49.2%로 증가했고, 지난해 5월 기준으로는 전국의 49.5%를 차지한다. 젊은 층의 수도권 쏠림은 더욱 두드러진다. 수도권의 핵심노동인구(25~54세)는 전국의 절반이 넘는 52.0%다. 또 2015년 기준 15~29세 청년 취업자의 54.3%가 수도권에 쏠렸다. 지방 인재의 수도권 유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 투자도 수도권에 집중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인 2013년부터 2015년 3분기까지 국내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326억9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 중 수도권은 208억7400만 달러, 비수도권은 118억800만 달러다. 수도권은 전체 대비 63.8%지만 비수도권 점유율은 36.1%에 불과했다.
또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대학 연구비의 60%가량이 서울과 수도권 대학에 집중돼 있고, 이 중에서도 서울 소재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47.2%로 절반 가까이 된다. 수도권 집중화는 앞으로도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는 각종 정책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한 포석을 깔았다. 다만, 그것은 지방의 저항을 피하고자 시행령이나 지침 개정 등을 통한 간접적이고 우회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지방 분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
정부가 수도권 집중 전략을 펼 수 있었던 것은 PK 주류 세력이 순응한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PK 주류 세력은 그동안 중앙집권 시스템에 순응하면서 생명을 연장해왔다.
해마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국비 확보를 대단한 성과로 치부했고, 창의적인 발전 동력을 찾기보다는 국책 사업 유치라는 쉬운 길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PK 간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을 반복하기도 했다.
PK는 스스로 자생력을 갉아먹었고, 지난해 동시다발적으로 PK를 덮친 원전 문제·신공항·조선 및 해운 구조조정 등 악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PK의 생존이 걸린 현안에도 자체 역량을 상실해 중앙 정부의 '시혜'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의 몫으로 남았다.
■ 새로운 PK 역할 제고를
PK가 지역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되찾으려면 끊임없이 수도권에 대응할 비전을 제시하고, 지방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PK 리더십이 자치 역량을 키우고 분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지방 분권형 개헌의 관철을 PK가 이끌어야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산발전연구원 이정석 연구위원은 "PK는 끊임없이 수도권을 견제할 논리를 개발해야 하며, 제대로 된 동남권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아이디어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지방 분권의 당위성에 대해서도 "개별적인 지방의 힘을 합쳐 놓으면 그 힘의 크기는 중앙에서 통제할 때보다 훨씬 더 커진다. 지방 분권을 통해 지방이 경쟁할 때는 경쟁하고, 협력할 때는 협력하도록 하는 게 국가 발전에도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지방분권부산연대 박재율 상근대표는 "수도권 중심의 발전 체제는 초기 산업화 및 근대화 발전 방식으로, 세계화 정보화 지방화가 화두인 세계적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지방 분권형 개헌으로 가야 하겠지만, 그 전이라도 기초의원 공천 폐지, 지방위임 사무 폐지, 자치경찰제 도입 등 분권 과제에 대해 PK가 공동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