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명 범행후 출국, 17일 평양도착"
- 유족에 시신 인도 우선권도 밝혀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19일 사건에 연루된 북한 용의자는 모두 5명이라고 밝혔다.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북한 국적자 리정철(왼쪽 두 번째)이 18일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세팡경찰서로 연행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연합뉴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 경찰부청장은 이날 김정남 암살 사건 관련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에서 신원이 확인된 남성 용의자 5명의 국적이 북한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검거된 리정철(46) 외에 리지현(52)·홍송학(33)·오종길(55)·리재남(57)이 사건에 연루된 북한 국적의 용의자들이다.

경찰은 또 용의자와 연루자로 거론된 사람들 가운데 외교 여권을 지닌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브라힘 경찰부청장은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남성) 용의자들이 모두 북한 국적"이라고 말해 북한의 역할을 시사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현지에서 체포된 리정철을 제외한 4명은 사건 당일 말레이시아를 떠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이들 4명이 이미 17일 북한 평양에 도착했다고 싱가포르 TV 방송국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들이 사건 당일 말레이시아에서 나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브라힘 경찰부청장은 사인과 관련해선 확인되지 않았다며 독성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독살을 확인해 줄 독성물질 분석 결과를 포함한 부검 보고서와 관련해서 그는 "부검 보고서를 아직 받지 못했다. 독성검사가 끝나면 김정남의 사인이 확인될 것"이라며 보건당국의 검사 보고서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과 말레이 간 외교 갈등으로 실랑이가 벌어진 김정남 시신 인도 문제에 대해서는 "유족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원칙도 밝혔다. 이브라힘 경찰부청장은 다만, 김정남의 유족이 시신을 인수하려면 직접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말레이시아 경찰의 기자회견 직후 논평을 통해 "김정남 살해 용의자 5명이 북한 국적자임을 볼 때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그동안 반인륜적 범죄와 테러 행위를 자행해왔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우리와 국제사회는 심각하게 우려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