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기선 전 행정관 증인 출석
- "기밀 유지…말씀자료 삼성 언급
- MB정부 땐 개별현안 작성 안해"

- 박 대통령 측 "변론 더" 요청에
- 헌재 "다음 번에 하라" 신경전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기일에서도 헌법재판관들의 '송곳' 질문이 이어졌다.

2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15차 변론에 참석한 이중환 변호사 등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귀엣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일원 재판관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방기선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에게 그가 개입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 대해 캐물었다. "재단법인 설립을 기밀이라고 생각했느냐, 아니면 그냥 좋은 뜻으로 인식했느냐"는 강 재판관의 질문에 방 전 행정관은 "좋은 뜻인데 기밀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가 집중 추궁을 당했다. 결국, 방 전 행정관은 은밀히 검토하란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서기석 재판관도 "(문화·체육재단) 설립 검토를 왜 경제수석실에서 하는지 생각 안 해봤느냐"고 따졌다. 방 전 행정관은 "그 당시엔 특별히 업무 영역과 관련 없이 여러 가지 일을 했다"고 답했다가 정곡을 찔렸다. 서 재판관이 "출연금을 기업들로부터 받아야 하니까 기업에 영향력이 있는 경제수석실에서 나선 게 아니냐"고 파고들자 방 전 행정관은 "그런 이유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방 전 행정관은 또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면담에 앞서 청와대가 작성한 말씀자료에 '삼성그룹의 위기는 대한민국의 위기이므로 지배구조가 조속히 안정화되어 삼성그룹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미래를 위해 매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람'이란 구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했다.

이에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도 기업 총수를 면담할 때 기업 현황 및 건의 사항 등을 말씀자료에 기재했느냐"고 묻자, 그는 "기업에 대한 말씀자료에 개별적 사항은 없었다"며 "대부분은 거시적인 이야기였고, 개정 사항이라든지 (개별기업 사안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날 변론에서는 헌재와 박 대통령 측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정오께 변론 종결을 선언하자 박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가 변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 권한대행이 어떤 내용의 변론을 할 것인지 묻자 그는 여기에는 답하지 않으면서 당뇨병 때문에 점심을 먹고 오후 변론을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이 권한대행이 다음번으로 변론을 넘기자고 답했지만, 김 변호사는 "점심을 못 먹더라도 추가 변론을 반드시 하겠다. 준비해왔는데 왜 못하게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권한대행은 이에 "재판 진행은 저희(재판부)가 하는 것이다. 다음번에 준비 기회를 드릴 테니 오늘 변론은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다"고 잘랐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변론 마무리 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김 변호사의 행동은 대리인단과 상의하지 않고 이뤄진 것이다. 왜 그랬는지는 알기 어렵다. 재판 진행 절차에 관해 헌법적인 문제를 제기하려 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