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론 과정서 K재단 등 의문 제기
- 변호인단 아무런 답변 못해
- 탄핵심판 '법정의견' 초안 작성
총 89쪽 분량의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이유가 담긴 57쪽 분량의 '법정 의견'은 주심 강일원(58·사법연수원 14기) 재판관이 주도적으로 초안을 작성한 뒤 치열한 재판관 평의를 거쳐 이를 최종 완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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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인 지난달 22일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정한 강일원 재판관. 국제신문 DB |
12일 법조계는 결정문의 법정 의견에 강 재판관이 20차례 변론에서 "이상하지 않으냐"며 '송곳 질문'을 통해 제기했던 의문이 곳곳에 투영됐다면서 강 재판관이 다양한 쟁점을 명쾌하게 정리해 헌법 재판관 8인의 전원 일치 결정을 끌어낸 주역이라고 평가했다.
강 재판관은 그간 미르·K스포츠 재단이 '문화 융성'이란 주요 국정 과제의 하나로 설립됐다는 박 전 대통령 측 주장에 "이들 재단이 좋은 취지라면서 왜 청와대 수석이 증거 인멸과 위증을 해 구속됐느냐"는 의구심을 박 대통령 측에 거듭 제기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 측은 "즉흥적으로 답을 해드리기 어렵다"고 피해갔지만, 이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헌재 결정문은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을 청와대가 지원한 사실을 비밀로 할 이유가 없고 그 뒤 관련 증거를 없애고 위증을 지시할 이유도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재단의 '설계도'도 강 재판관이 제기한 의문점이었다. 그는 "큰 두 개의 법인을 만들려면 취지와 설립 과정, 출연금 등 등을 담은 설계도가 있어야 한다"며 국가적 사업이었다면 이를 기안한 곳이 어디냐고 거듭 물었다. 하지만 심판정에 나온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은 모두 "그런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 측도 계속된 추궁에 정부가 작성한 재단 설계도를 내놓지 못했다.
헌재 결정문은 "피청구인에게 재단 관련 자료를 전달한 대통령 비서진이나 정부 부처 관계자는 아무도 없고, 피청구인도 이런 자료를 누구로부터 어떻게 입수했는지 밝히고 있지 않다"며 "이런 자료는 최순실이 피청구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헌재는 재단 설립이 최 씨 작품이었다고 명확하게 판단한 것이다.
강 재판관은 정부 비밀 문건 유출에 대해서도 "'정윤회 문건' 유출을 국기 문란이라 했는데 어떻게 그 이후에도 많은 청와대 자료가 나갔느냐"고 캐물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보좌 체제가 완비된 이후 최 씨에게 연설문 작성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그 시점이 구체적으로 언제냐"고 수차례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런 질문에도 명쾌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송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