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념·정파 떠나 결과 수용해야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대한민국은 완전히 새로워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사유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위헌·위법 행위라는 헌법재판소의 준엄한 지적은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는 게 정치권과 사회 각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탄핵심판 선고 당시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라고 강조한 바 있다.
12일 헌재 결정문을 분석한 헌법학자들은 이번 결정이 헌법 1조 1항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고 탄핵을 결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법치의 가치를 재확인한 의미 있는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헌재가 "오늘의 선고로 국론 분열과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려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것 역시 공통된 지적이다. 이번 대통령 파면 사태라는 헌정사적 비극을 딛고 우리 사회가 한 발 더 앞으로 나가기 위해선 국민 대통합이 선행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절박감에 따른 호소이기도 하다. 지역·세대·계층·이념 간 갈등과 반목을 넘어 상식이 통하는 사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냉철한 인식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와 정치권, 법조계와 종교계에서 헌재의 탄핵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 통합을 이룰 것을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탄핵 이후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한 정치권 일각에서 지지층을 강화하기 위한 진영 논리를 앞세워 탄핵 불복종에 동조하거나, 상대진영에 대한 극단적인 비난으로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현상이 나타났다. 탄핵에 반대해온 보수단체는 헌재의 탄핵 선고 이후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에서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정치인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열어 탄핵 불복종과 저항 운동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이념과 정파를 떠나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 탄핵 국면에서 고조된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에 나서야 할 이유가 더욱 커지고 있다.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