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현 방향 직각으로 부양
- 덕지덕지 붙은 유실방지망
- 희미해진 이름 눈에 띄지만
- 프로펠러 등은 파손 안돼
- 사고 원인 규명 근거로 활용

- 선체 본 미수습자 가족 오열
- 팽목항 생활 정리 후 목포로

3년 만에 떠오른 세월호는 상처투성이였다. 침몰 당시의 충격과 기나긴 인양 과정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모습이었다.

26일 전남 진도군 해역 세월호 인양 현장에서 반잠수선으로 옮겨진 세월호의 선미에 승용차와 굴삭기가 걸려 있다.

26일 세월호는 좌현 방향 직각으로 드러누운 채 선체 전부를 드러냈다. 선체를 받치고 있는 반잠수선도 이날 완전히 부양해 수면에 걸터앉았다. 반잠수선 위에 누워 있는 모양새지만, 평평한 반잠수선 갑판 위에서 수평을 맞추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다.

색이 옅어진 파란 페인트가 칠해진 하단에는 배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짙고 검은 띠를 만들었다. 바닥 부분에는 좌·우현 프로펠러가 원형대로 달려 있었다. 두 프로펠러 사이 방향타는 우현 쪽으로 살짝 들려 있었다. 방향타는 침몰 당시 급격한 대각도 조타의 원인을 규명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조타수의 실수나 기체 결함을 비롯해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됐다.

세월호 선수 부분에는 인양과정에서 와이어가 파고 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연합뉴스

뱃머리 부분 바닥에는 중심에서 좌현 방향으로 갈고리에 긁힌 것처럼 길게 두 줄로 갈라진 부분도 목격됐다. 선수 좌현 쪽에는 선수 들기 과정에서 와이어 두 개가 파고든 흔적인 두 줄의 균열이 선명하게 목격됐다. 지난해 6월 12일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선수 들기를 할 때 너울성 파도 때문에 5개의 와이어 중 2개가 선체 갑판부 두 군데에 6.5ｍ와 7.1ｍ 길이로 파고들었다. 다행히 바닥 부분의 큰 형체 변형이나 파손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뱃머리에 있는 'SEWOL'(세월)이라는 배 이름과 꼬리 부분에 있는 'CHONGHAEJIN'(청해진)이라는 선사 이름도 거의 지워져 가까이 다가서야만 어렴풋하게 윤곽을 확인할 정도였다. 유리창이 사라진 객실에는 칸마다 유실 방지망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3년간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었던 데다 인양 과정에서 선체 곳곳이 갈라지거나 이가 나가듯 깨지고 구멍이 뚫렸지만 원형은 옛 모습대로였다.

반잠수선 화이트 마린 호에 올라온 세월호를 지켜본 가족들은 오열했다. 단원고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진흙과 녹으로 뒤덮인 세월호 선미가 찌그러진 모습을 보고 "저기가 은화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장소다"며 참던 눈물을 쏟아냈다. 허다윤 학생의 어머니 박은미 씨도 "저 안에 우리 아이들이 있다. 미수습자 9명이 한 번에 발견됐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앞으로 미수습자를 찾는 기나긴 싸움이 남았다"며 "진상 규명도 중요하지만, 배 안에 남아 있는 사람을 놓치면 안 된다"고 미수습자 전원 수습을 기원했다.

미수습자 가족은 세월호가 육상으로 올라올 목포 신항의 준비 상황을 살펴보고,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선의 기동 시기에 맞춰 목포 신항으로 옮길 예정이다. 이들은 3년 동안 가족을 기다리며 팽목항에 머물렀다.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