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의 대기업 관련 공약과 이들 후보를 향한 재계의 '정책 건의' 내용이 정반대의 기조를 보이고 있어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 경제가 자칫 불협화음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현재로서는 원내 5당 대선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 '재벌개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재계는 기업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거나 시장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주로 야당 후보들을 향해 강한 반감을 내비치고 있다. 새 정부와 재계의 갈등이 현실화되면 우리 경제가 악영향을 받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원내 5당 대선 후보의 10대 공약을 보면, 대부분의 후보들은 경제 민주화에 방점을 찍고 그간 재계가 강력 반대해 온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재벌 자본주의 사회를 혁파해 포용적 자본주의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다중대표소송제 및 집중투표제 도입 ▷경제범죄 엄정 처벌 및 재벌 총수 사면권 제한 ▷재벌그룹의 문어발식 경영을 방지하기 위한 지주회사 규제 강화 ▷법정 노동시간 주 52시간 보장 등을 제시했다.
대기업 오너 일가의 지배력강화를 차단하기 위한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의 권한을 대폭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정경유착 근절과 재벌개혁' 문구를 공약집에 명문화하며 문 후보와 거의 유사한 정책을 내세웠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재벌개혁 관련 대표적 공약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다. 이 제도는 가해자(기업)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규모로 손해배상을 하는 것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재벌개혁 의지가 가장 강하다. 앞서 언급된 다른 후보들의 공약뿐 아니라 ▷법인세 최고세율 25%로 회복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증여세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재벌개혁에 대한 명시적인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 공약 모두 재계가 공식 요구한 '정책 건의서' 내용과 상반돼 이해충돌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부 출범 이후 정책 당국과 재계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발표한 '대선 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을 통해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자본의 다수결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 지주회사 규제 강화 등에 대해서는 "주식회사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최근 발표한 '5대 정책 건의서'를 통해 ▷활기찬 시장경제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상생의 노사관계 ▷효율적인 일자리 정책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안전 시스템을 주요 후보들에게 제시했다. 경총은 해당 건의서에서 '선진국형 일자리 체계'의 구축 필요성 등을 강조했으나, 각론에서는 법인세 인상이나 법정 노동시간 주 52시간 보장 등을 강하게 부정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