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한 재계…공식입장은 자제
2015년 부산 부산진구에 음식점을 차린 최영민(47·가명) 씨는 지금 창업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동종 프랜차이즈 업체가 주변에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당시 최 씨는 자신의 음식점이 '전통사업보존구역(대기업 점포의 등록이 금지된 곳)' 내에 있어 괜찮을 것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반경 1㎞에 불과한 해당 보존구역의 적용 범위였다. 그는 "생활권이 확대되는 데다 대형 업체들도 하루가 멀다하고 개업해 '1㎞'라는 거리 기준은 실효성이 없다. 현실에 맞게 확대돼야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
|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 전국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경제 민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이 대기업 규제 관련 법안을 집중적으로 발의하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경제민주화'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들 법안은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뿌리 뽑거나 프랜차이즈 업체의 '갑질'을 없애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법안이 원활하게 처리돼 정부 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경우 최 씨처럼 '대기업 공습'에 짓눌린 자영업자 등의 고민은 일정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25일 본지 취재팀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경제민주화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법안은 총 9개가 발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상법과 유통산업발전법, 공정거래법 등 재벌 개혁 및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법안은 6개다. 2015년 같은 기간 이들 3개 법률과 관련해 발의된 법안은 3개(유통산업발전법 2건·상법 1건)였다. 다만, 당시 법안 대부분은 행정 절차 등을 바꾸기 위한 것으로, 경제민주화와 직접 연관되지는 않았다.
법안의 내용을 보면, 최 씨의 사례처럼 '전통사업보존구역'의 적용 범위를 2㎞로 확대(국민의당 이언주 의원 대표 발의)하거나 프랜차이즈 본사가 목표이익을 초과할 경우 이를 가맹점주와 나눠 갖도록 하는 '초과이익공유제' 도입(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 등 소상공인을 위한 법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울러 지난 24일 발의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언주 의원)에는 재벌 계열사 간 불공정 거래 행위와 총수 일가의 증여세 부담 회피를 막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 ▷공정거래위원회 독립성 강화 법안(민주당 제윤경 의원) ▷기업체 내 공익신고자 보호 강화 법안(자유한국당 민경욱) 등도 발의됐다.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재계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해당 법안이 대부분 대기업의 규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나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이는 정권 초기 각종 역풍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