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권력 가진 14만의 거대조직
- 수사권 조정 공론화 때마다
- 발목잡은 전문성·인권 문제
- 경찰서 단위 인권위 마련 등
- 구체적 개선안 준비 분주
- 권력 비대화 견제장치도 필요
청와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인권 경찰'을 제시하자 경찰이 발 빠르게 내부 개혁에 나섰다. 10년 이상 된 숙원인 '수사권 독립'이 이뤄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소불위'의 권력 탄생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민접촉 많아 인권침해 가능성
부산경찰청은 26일 주요 지휘관 71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찰, 인권을 만나다'를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다. 김형성 경찰청 인권위원장은 "정권 교체와 더불어 경찰도 인권 개선을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영범 부산경찰청장은 "인권은 경찰이 양보할 수 없는 지향점이다. 공권력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이 인권에서 비롯된다. 지방경찰청 단위까지만 있는 인권위원회를 경찰서 단위까지 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이 경찰의 화두로 부상한 것은 수사권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지난 25일 "인권침해 통계를 보면 경찰과 구금시설의 민원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11만6821명에 행정인력 3만여 명 등 14만여 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인 경찰은 국민과 직접 접촉할 일이 많고 강제력을 수반한 공권력을 집행하는 기관이어서 인권침해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01~2015년 인권 침해 진정사건 7만6772건 가운데 경찰과 연관된 진정은 1만5551건으로 20.3%를 차지했다.
경찰의 인권 침해를 유형별로 보면 폭행·가혹행위·과도한 장구 사용이 4206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폭언·욕설을 비롯한 인격권 침해(2786건)와 불리한 진술 강요 및 장시간·편파 부당 수사(2624건) 순이었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숨진 사건은 지금도 경찰 발목을 잡는 대표 사례다. 인권위가 경찰에 인권침해 경찰관 직무교육을 권고한 사례도 있다. 지난 2월 인권위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당한 A 씨의 과거 범죄 사실을 조회해 기자에게 알린 경찰관에게 특별 직무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다.
■"다음 기회는 없다" 개선안 마련
경찰청도 긴급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인권 개선안 마련에 나섰다. 사건 초동조치를 담당하는 생활안전과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경비 기능에 대한 대책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국선변호인 제도를 확대해 초동 수사단계부터 '형사공공변호인'을 선임하는 제도 도입도 거론된다.
일선 경찰도 청와대의 수사권 조정 공론화를 반겼다. 한 경찰 간부는 "수사권 조정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경찰의 전문성 부족과 인권 침해가 발목을 잡았다. 지금은 검찰을 견제할 세력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은 만큼 경찰이 수사권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간부는 "경찰이 검찰 수사관 비리를 조사하면 영장 청구단계에서 검찰이 사건을 가로채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도 수사권 조정에 대체로 공감한다. 그러면서도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견제할 장치도 주문한다. 동의대 최종술(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찰과 경찰이 균형을 이뤄 서로 감시·견제 하는 게 이상적이다. 대부분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는데 경찰에 수사권을 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다만 "경찰도 '봐주기 수사'와 같은 수사권 오남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국가경찰의 권한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