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 탈원전 정책 서툴러
- 대선 세 번 낙선은 모두 내 탓
- 때 되면 보수통합 꼭 이뤄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회고록 출간기념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과정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총재는 회고록에서 “그를 정치에 입문시킨 사람은 나”라고 기술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이회창 회고록’ 출간기념회에서 회고록에 담긴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고록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2일 이 전 총재에게 사람을 보내 만나자고 요청하고 양측은 비공개로 만난다. 이 전 총재는 박 전 대통령 첫인상에 대해 “차분하고 침착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부모님이 모두 비명에 가신 참담한 일을 겪었는데도 어두운 이미지는 전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 전 총재는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맡아 천막당사로 옮겨 당의 재기를 이루는 것을 보고 내 결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당시에는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총재로 있던 시절 다른 의원들과 섞이지 않고 홀로 움직이면서도 당내 민주화나 개혁 같은 주제를 선점해 당내 입지와 존재감을 키우는 독특한 행동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된 후 국정 운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하고 기대도 접었다”며 박 전 대통령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를 압박한 것에 대해 “소신을 지키고자 한 것이 왜 배신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원하는 대로 대통령이 됐지만 대통령의 일에 대한 정열과 책임감, 판단력은 갖추지 못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전 총재는 1997년, 2002년 대선 패인을 자신의 탓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1997년 대선 패인과 관련해 “이인제 후보의 배신과 DJP 연합은 결과적으로 승패를 갈랐지만 그것을 막지 못한 내가 패자가 됐다. 요컨대 선거에 진 것은 나의 잘못이지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니다”고 밝혔다.

2002년 대선 패인에 대해서는 “중도 보수층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또 “이미지에서도 당시 노무현 후보 측이 내세운 귀족과 서민, 기득 세력과 개혁 세력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나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며 “결국 이미지와 연출의 대결에서 완패했고 나의 능력 부족이었다”고 털어놨다.

한편 이 전 총재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탈원전 정책 등을 거론하며 “서툴러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수통합론에 대해서는 “합칠 때가 올 거고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