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현실이 됐다. 다만 주인공이 북한 군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13일 총격을 입은 북한군 병사 1명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했다. 지난 6월 최전방 중부전선에서 북한군 1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군 GP를 통해 귀순한 지 5개월만이다. 이처럼 북한국의 귀순이 있따르자 그 배경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그간 남한에 내려온 북한군도 주목을 받고 있다.

13일 합동참모분부는 “오늘 오후 JSA 지역 북측 판문각 전방에 위치한 북한군 초소에서 우리측 자유의 집 방향으로 북한군 1명이 귀순해 우리 군이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귀순한 북한군은 귀순 과정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부상한 상태로 긴급 후송 중에 있다고 합참은 전했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경계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6월 13일에도 최전방 중부전선에서 북한군 1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군 GP를 통해 귀순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해 9월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이후 9개월만의 일이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당시 오후 7시50분께 경기 연천군 일대 비무장지대(DMZ) 내 아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우리 군 장병이 북한군 1명을 발견했다. 군은 북한군의 귀순 의사를 확인하고 신병을 확보했다. 귀순 당시 북한군은 군복 차림의 비무장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 군은 관련 기관들과 함께 구체적인 귀순 동기와 경로를 조사 중이다.

이런 가운데 그간 남한에 귀순한 북한군의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가장 흡사한 사례는 2012년 10월6일 상관을 살해하고 경의선 남북관리구역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북한 병사 사건이다. 그는 우리 군에 “북한 경비초소에서 경계근무를 하던 중 소대장과 분대장을 사살하고 귀순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소총을 버리고 비무장지대 북한 군 초소에서 우리 군 초소까지 500m를 전력질주했다고 밝혔다.

이웅평 대위는 1983년 2월25일 북한의 주력 전투기 미그 19(MIG-19)를 끌고 “자유를 맛보고 싶다”면서 남녘땅을 밟았다. 이 대위는 평남기천비행장에서 출발 연평도를 지나오기까지 북한군 소속 전투기들이 따라붙자 초고속 저공비행으로 아슬아슬하게 남한까지 왔다. 이후 그는 북한군 계급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소속 공군 소령으로 재입대했다.

1967년 3월2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부사장이었던 이수근은 판문점에서 기습적으로 귀순했다. 이날 판문점에는 제242차 군정위본회의가 열렸고, 이를 취재하던 이수근은 취재 중 남한 땅을 밟았다. 이수근은 앞서 UN사 측에 귀순 의사를 비밀리에 전했고, UN사는 세단 한 대를 미리 대기해 이수근이 재빨리 차에 탑승해 남쪽으로 내달릴 계획을 세웠다. 결국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됐고, 이수근은 무사히 귀순했지만 1969년 이중간첩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신조는 북한 무장공비 출신으로 1968년 1월21일 청와대를 습격하려던 북한 특수부대 소속으로 남한으로 넘어왔다. 남파된 북한 특수부대 124군부대 소속 31명 중 유일하게 생포된 김신조는 이후 귀순했다.

1987년 김만철 씨 일가의 탈북은 국내는 물론 외신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당시 68세 노인부터 11세 어린이까지 가족 11명이 대거 탈북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1987년 1월14일 청진항에서 50톤급 청진호를 타고 일본과 타이완을 거쳐 25일 만에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2012년 10월2일 북한군 병사 1명이 우리 군 GOP(민간인 통제구역) 창문을 두드리고 귀순했다. 당시 노크 귀순은 우리 군의 경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여실하게 드러내며 국방부 장관까지 나서 사과하게 하는 일대 사건이 됐다.

‘숙박 귀순’도 우리 군의 경계 태세를 의심하게 하는 중요한 귀순 사례로 꼽힌다. 2015년 6월15일 당시 19세로 알려진 북한군 하전사(가장 낮은 계급) 1명이 우리 군 소초로 귀순했다. 그는 귀순 하루 전날인 14일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500m 떨어진 언덕에서 잠을 잔 뒤 다음 날 아침 우리 군에 귀순 의사를 밝혔다.

잇따른 북한군의 귀순에 대중들은 “북한 내 정세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야 두렵다”, “모르긴 몰라도 뭔가 있긴 있나보다 정부의 상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