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국 봉인 합의했지만 입장차
- 경제·문화 등 다각적 외교 주력
- 북핵 평화적 해법 공통모색

지난 10월 31일 한국과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봉인’을 합의했지만 한중 관계 정상화는 요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는 13일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한 이후 공동성명이나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때도 (공동성명이) 없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동성명이 필수적인 내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과 여건’ 속에 성사됐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면서 “현안에 대해 중국 측이 우리와 다른 입장을 표시하는 상황에서 공동성명을 낸다면 다른 부분이 나타나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지속해서 우리나라에 사드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양국이 이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채 공동성명을 내는 게 오히려 부담된다는 것이다. 그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국빈 방한 때처럼 양자가 발표할 내용을 사전에 조율해 공동언론발표문을 낼 예정이다.

중국 외교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9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사드 문제로 한동안 냉각됐으나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에 우호적인 협력 정책을 폈다. 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3불(不)’과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 합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다각적인 외교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이 중국 측의 국빈 초청에 의한 것임을 고려하면 중국 역시 한중 관계 정상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문 대통령은 방중 기간 시 주석에 이어 리커창 국무원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권력서열 1∼3위는 물론 차세대 주자인 천민얼 충칭시 당 서기와 만난다. 그만큼 한중 양국이 이번 계기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방증이다.

아울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과 관련해 양국 정상 간 의견 교환이 이뤄질 수도 있다. 양국 모두 큰 틀에서는 북핵 문제를 외교적·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중국 측에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요청할 가능성이, 또 시 주석은 중국 측이 제시한 북핵 문제 해법인 쌍중단(雙中斷)·쌍궤병행(雙軌竝行)을 제안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문 대통령은 방중 마지막 날인 16일에는 일본강점기 임시정부 청사가 있던 충칭을 방문한다. 충칭은 시 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의 출발점인 동시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이 다수 진출한 곳이다. 문 대통령의 충칭 방문은 시 주석의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의미와 함께 한국과 중국의 양국 기업이 일대일로를 통한 내륙 진출을 추진, 상생 협력을 이뤄내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