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오열하자 “강해야 한다”
- 담담한 표정으로 호송차 올라
- 구치소 입감 후 신문구독 신청
- 이시형 씨 등 가족 면회 불발
- 영치금만 넣어주고 돌아가
전직 대통령으로 헌정사상 네 번째로 구속된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구속수감을 위해 호송차에 오르기 전 담담한 모습으로 가족과 측근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고 측근들이 23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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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기 전 가족 등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검찰의 호송 차량이 이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 도착한 것은 전날 밤 11시 45분. 검찰이 도착하자 자택 안에 머물고 있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 측근 10여 명은 밖으로 나와 도열했다. 양복을 갖춰 입은 이 전 대통령은 23일 0시 1분 자택 앞으로 나왔고 검찰은 5분 만에 영장을 집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영장이 발부되자 “이제 가야지”라고 말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에 앞서 검찰이 도착하기 전 자택에서 가족들을 한 명씩 끌어안은 뒤 오열하는 아들 시형 씨에게 “왜 이렇게 약하나. 강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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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호송차량에 오르는 이 전 대통령을 향해 눈물을 흘리며 배웅하는 아들 시형 씨. |
지난 14일 검찰 소환 당시처럼 이날 구속영장 집행에도 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자택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자택 인근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던 단체 회원들은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구인하자 “부끄러운 줄 알아라”며 외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한 말씀 해달라’ ‘정치보복이라 생각하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담담한 표정으로 검찰의 호송 차량인 K9 승용차에 올랐다. ‘골목 성명’은 없었다. 아들 시형 씨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배웅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의 차량은 0시 18분 서울동부구치소 정문을 통과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 첫날인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변호인단과 만나 향후 변론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밤새 잠을 설친 듯 다소 피곤한 안색이었으며, 말수도 평소보다 적었지만 향후 대응 전략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충분히 받았으며 이후 입장이 변한 사안은 없다. 검찰이 똑같은 것을 물으려 한다면 그런 신문은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변호인단은 전했다. 다만 검찰이 새로운 혐의를 수사하려 한다면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에 응할 생각이라는 뜻을 표명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입감 후 구치소 측에 신문 구독도 신청했다. 외부 상황에 귀를 열고 수사·재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변호인단에 앞서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와 딸 주연 씨 등 일부 가족이 구치소를 찾았으나 면회를 하지 못하고 영치금만 일부 넣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면회가 무산된 구체적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시형 씨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 사실 중 일부에서 공범 관계로 조사된 만큼 말맞추기 등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만남이 제한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