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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시민 힘으로 <13> 독일의 항만자치

친수도시·유럽 3위 항만 함부르크 … 市가 재개발·운영 주도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18-04-17 19:32:51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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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 참여 ‘하펜시티 프로젝트’
- 재래부두를 신도시로 환골탈태
- 연방정부의 간섭은 거의 없어
- 기업·대학교 유치 일자리 창출
- 항만 생산량 市 GDP 13.5%
- 부산 북항 재개발 ‘롤모델’

지난달 11일 오전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에는 휴일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발길이 물밀 듯 이어졌다. 재래 항만부두를 시민을 위한 친수공간으로 바꾼 하펜시티는 부산 북항 재개발의 모델이 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하펜시티 랜드마크인 ‘엘필하모니(Elbphilharmonie)’는 함부르크 시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공간이다.
   
엘필하모니에서 내려다 본 함부르크항 전경. 이선정 기자
■하펜시티의 명물 엘필하모니

물류창고 위에 건립된 음악당에서는 연중 클래식 음악 연주회가 열린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음악당까지 올라가면 함부르크 항만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야외 전망대가 펼쳐진다. 음악당을 지지하는 건물인 옛 물류창고는 빨간 벽돌로 된 외부 원형은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는 개보수해 5성급 호텔과 아파트, 주차장이 들어서 있다.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의 랜드마크인 음악당 ‘엘필하모니’.
‘항구(Hafen) 도시’를 의미하는 하펜시티는 19세기 중반 독일 최초의 현대식 항구로 문을 열었다. 주로 선박용 창고나 물류 저장창고가 밀집해 있었다. 1980년대 들어 함부르크항이 새롭게 변모하는 물류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항만 기능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이 일대에 대한 재개발 논의가 시작됐다. 157만 ㎡ 규모의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지금도 지속 중이다. 현재까지 68개 프로젝트가 끝났으며, 2030년까지 71개 사업이 진행된다. 이러한 개발로 현재 하펜시티에는 730여 개 회사에 1만4000여 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으며, 2014년 4월 2500명의 학생이 소속된 하펜시티대학교도 문을 열었다. 쇠퇴한 재래부두가 기업, 교육시설,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주거지, 숙박시설 등이 집합한 신도시로 변모한 것이다.

하펜시티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것은 함부르크 시정부다. 시정부가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실행에 옮겼다. 이 과정에서 시민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켰다. 처음 개발 과정에서 시공유지 매각,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원거주자의 이주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2009년 61개 시민단체가 모여 ‘도시에 대한 권리 네트워크’를 결성해 개발 방향을 바꿀 것을 주문했다. 시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기업 도시’에서 ‘공동체 도시’로 개발 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부산에 위치하고 시민이 활용할 북항 일대 재개발에 정부(해양수산부)가 주도하고, 시와 시민은 정책 결정에 관여할 수 없는 우리와는 철저히 대비된다.

■부러운 항만자치

함부르크항은 독일 15개 항만 중 물동량 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함부르크항만공사(HPA)에 따르면 지난해 항만물동량이 1억3600만 t이며, 컨테이너 물동량은 880만 TEU를 기록했다. 독일에서 가장 큰 항만이며, 유럽 내에서도 네덜란드 로테르담, 벨기에 안트베르펜에 이어 3번째로 큰 대규모 항만이다. 항만 생산량이 시 지역내 생산(GDP)의 13.5%를 차지할 정도로, 항만은 함부르크를 먹여 살리는 핵심 산업이다.

1980년대 들어 도심 내 위치해 규모를 더 확대할 수 없는 지리적 한계에 봉착한 함부르크항은 운영 효율화로 단점을 극복했다. 1988년 450만 TEU이던 컨테이너 물동량은 20년 뒤인 2008년 980만 TEU로 배가량 급증했다. 항만산업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시정부가 세우고 구현하면서 성과를 거뒀다. 시정부는 항만을 소유한 주체로서 부두를 개발하고, 관리·운영하는 업무를 한다. 함부르크항은 시정부와 200여 개 회사들이 상호협력하는 민관 협조체제로 유지된다. 이렇게 함부르크는 철저한 항만자치를 실현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항만 정책에 대해 지방정부와 협의·조정 등 관리하는 기능에 그친다.

2005년 시는 항만 운영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시 공기업인 HPA를 출범시켰다. 18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HPA는 시정부의 항만 분야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공기업이다.

HPA 다니엘 얀 대외협력조정관은 “항만 운영이나 정책과 관련해 시가 연방정부로부터 간섭받는 일은 없다. 오히려 유럽연합(EU)으로부터의 제재가 더 많다. 최근 항만 운영에서의 손실분을 시정부가 보전하는 것에 대해 EU의 지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항만도시인 함부르크는 ‘독일의 부산’이라 할만큼 두 도시의 외형은 많이 닮았다. 하지만 속은 전혀 딴판이다. 해양수산부가 항만정책과 항만 재개발 정책을 독점하고, 정부 공기업인 부산항만공사(BPA)는 사실상 ‘부두임대업’ 수준에 머문다. 그 사이에서 부산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항만 정책을 주도하거나 부산항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짜내고, 북항 재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권한이 부산시에는 없다.

함부르크=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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