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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시민 힘으로 <14> 프랑스 낭트 재생 분권

쇠락 산단을 창조·예술도시로 … 지방공기업 독자적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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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시연합 등 ‘사모아’ 출자
- 근대유산 문화·관광콘텐츠화
- 소설가 쥘 베른의 고향 착안
- 기계동물 테마파크 만들어

- 복합문화센터 ‘르 리우 유니크’
- 연 60만 명 예술의 향기 누려
- 기업 입주 늘면서 인구 증가
- 국비에 목 매는 한국과 대조

지난달 14일 프랑스 파리 서쪽, 고속철(떼제베)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인구 62만 명의 도시 낭트. ‘일 드 낭트(Ile de Nantes·낭트섬)’ 버스 정류장에 내려 걷기 시작하자 저 멀리서부터 노랗고 거대한 크레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선소가 떠나고 흉물이 된 대형 크레인은 철거되지 않고 문화재로 지정돼 자리를 지켰다. 크레인 바로 옆에는 19세기 배를 건조할 때 썼던 도르래 등 시설도 남아 있다. 자칫 버려진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일대는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붐빈다.

낭트관광공사인 ‘르 보야주 아 낭트’ 집계를 보면 낭트 메트로폴(광역권)을 찾은 관광객 수는 연간 117만 명가량이며, 외국인 관광객의 60%가 낭트 시에서 숙박을 할 정도로 낭트는 프랑스 서부 여행에서 주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폐공장 일대에 들어선 기계동물 테마파크의 명물 ‘레 마신 드 릴’. 이선정 기자·르 보야주 아 낭트 제공
■도시재생으로 ‘인생역전’

비결은 이곳에 조성된 기계동물 테마파크 ‘레 마신 드 릴(Les Machines de L’ile)이다. 특히 대형 기계 코끼리는 인기만점이다. 관광객은 40t의 철근과 목재로 된, 높이만 12m에 이르는 대형 기계 코끼리 등에 올라타 낭트 시내를 조망하는 진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코끼리뿐 아니라 하늘을 나는 기계새 등 일 드 낭트 레 마신 드 릴에서는 다양한 즐길거리가 펼쳐진다. 낭트가 ‘80일간의 세계일주’ 저자로 유명한 소설가 쥘 베른의 고향이라는 점을 연결시켜, 낡고 쇠퇴한 기계도시라는 근대적 유산에 SF적 상상력을 덧씌워 조선소 폐공장을 기계동물 테마파크로 재탄생시켰다.

레 마신 드 릴의 성공으로 낭트는 도시재생의 전형으로 급부상했다. 18~19세기 조선업·교역 중심의 쇠퇴한 산업도시에서 21세기 창조도시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낭트의 도시재생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마지막 남은 조선소가 폐업하면서 조선·항만 근로자는 대거 실직하고 도시는 쇠퇴했다. 특히 시 중심부인 일 드 낭트 지역(조선소 밀집지)은 슬럼화가 급속히 진행돼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공간이 됐다. 시는 활용방안을 찾다 1980년대 말~1990년대 이 일대에서 예술축제 ‘레잘뤼메(Les Allumees)’를 시작했다. 장 블레즈 예술감독 주도로 폐공장 일대에서 펼쳐진 축제는 사람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페스티벌의 성공은 창조도시사업으로 이어졌다.

■지방정부 주도의 도시재생

   
‘일 드 낭트’의 랜드마크인 옛 조선소 크레인.
2003년 낭트대도시연합(낭트 메트로폴)을 비롯한 공적 주주들이 출자한 지방공기업 ‘사모아(SAMOA·서대서양도시권정비회사)’가 출범하면서 일 드 낭트 지역의 도시재생은 본격화했다. 같은 해 프랑스가 헌법 개정을 통해 강력한 지방분권을 시행한 시점에 맞춰 지방정부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은 더욱 탄력받았다. 지역 도시재생마저도 국비 확보에 목을 매는 우리나라와는 대비된다. 사모아는 폐공장이 가득한 일 드 낭트 프로젝트의 방향을 ‘도시산업유산 보존’과 ‘녹색공간 확대’로 잡았다. 근대유산을 문화·관광 콘텐츠로 재활용하는 동시에 첨단기업·교육·생활시설을 이 일대로 집적화해 신도시로 만드는 일 드 낭트 프로젝트는 2000년 시작돼 2024년까지 계속 진행된다.

프로젝트는 2007년 들어 획기적 전환을 맞는다. 먼저 일 드 낭트의 상징물인 기계동물 테마파크가 개관했다. 또한 낭트 도심의 브르타뉴 대공 성(낭트는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 지역의 중심 도시)이 재개관했고, 낭트와 낭트 메트로폴 도시 중 하나인 생 나자르를 잇는 루아르강 하구에서 진행된 예술 비엔날레 ‘에스투에르’가 성공을 거두면서 낭트는 도시재생의 도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르 보야주 아 낭트의 자비에르 테레 국제홍보부장은 “2007년을 기점으로 ‘파리’만 말하던 사람들이 ‘낭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며 “망한 산업도시에서 젊고 다이나믹한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나면서 근래 매년 1만 명씩 인구(현재 62만 명)가 증가하고, 기업유치도 늘고 있다. 유치되는 기업의 60%는 창조도시와 관련된 업체”라고 설명했다.

■낡은 비스킷 공장이 예술센터로

   
낡은 비스킷 공장을 개조해 만든 국립예술센터 ‘르 리우 유니크’.
낭트 도시재생을 말할 때 ‘르 리우 유니크(Le Lieu Unique)’도 빼놓을 수 없다. 이름처럼 ‘독특한’ 공간이다. 18~19세기 항구도시인 낭트는 조선업은 물론 활발한 식민지 교역으로 제과업 등 제조업이 흥했다. 하지만 1970년대 시 외곽으로 제조업이 이전하면서 도심 내 버려진 공장도 늘어갔다. 비스킷 폐공장을 개보수해 2000년 국립예술센터로 재개관한 게 르 리우 유니크다. 일 드 낭트에서 예술축제를 이끈 장 블레즈 감독이 이곳 초대 관장으로 개관에 적극 관여했다.

극장시설뿐 아니라 레스토랑, 바, 서점, 증기탕, 어린이집 등 여러 시설이 들어간 복합문화센터다. 주로 연극 음악 미술 등 동시대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공간이어서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레스토랑과 바는 ‘맛집’으로 소문 나 줄서서 기다릴 정도다. 오래된 근대건물을 재활용해 밤 12시까지 운영하며, 미술관 운영의 파격을 보여줬던 파리의 현대미술관 ‘팔레 드 도쿄’의 모델이 된 공간이 바로 여기다.

이곳 플레르 리샤드 사무국장은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폐공장이 1980년대 예술가들의 작업장으로 사용된 것이 계기였다. 리모델링을 통해 낭트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예술공간으로 거듭났다. 문화공연으로 연간 찾는 인원이 6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르 리우 유니크는 항상 북적인다”고 말했다.

낭트=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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