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청 관계 주도권 쥔 대통령
- 남북 정상회담·평화바람 타고
- 역대 최고 80% 지지율 행진

- 모든 국정 직접 챙기는 청와대
- 北 비핵화 실패 땐 부메랑으로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를 돌파했다. 집권 1년 차 대통령의 지지율로는 역대 최대치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북한을 비핵화의 테이블로 불러낸 결과다. 그러나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에도 이 같은 지지율을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최고 지지율을 이끌어낸 요인인 북핵 비핵화 로드맵이 자칫 잘못될 경우 지지율 폭락으로 향하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고공 행진 중인 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장기적으로 문재인 정부에게 반드시 득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 불거지는 공천 잡음만 봐도 그렇다. 문 대통령의 인기에 영합해 ‘함량 미달’ 후보자들이 선거에 나서는 사례도 많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유한국당 지지자였다가 하룻밤 새 민주당으로 갈아타기도 했다. 후보에 대한 면밀한 검증 과정 없이 민주당 간판을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손쉽게 지방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이들이 문 대통령과 함께 호흡을 맞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얼마나 이바지할지 미지수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문재인 정부’가 아닌 ‘민주당 정부’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정부라는 단어는 사실상 쓰이지 않고 문재인 정부, 문재인 대통령만 보이는 형국이다. 청와대가 국정의 모든 상황을 관리하는 ‘만기친람’(‘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핀다’는 뜻)이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대한항공 국적기 박탈 논란의 경우 소관 부처에 민원이 접수될 사안인데도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집중됐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명쾌한 논리로 시작된 국민청원이지만, 청와대의 답변은 소관 부처에 가이드라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현 정부의 내각에서 이른바 ‘스타 부처’ ‘스타 장관’을 찾아보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1년을 평가할 때 낙제점을 면치 못하는 경제 정책만 봐도 경제부처 수장인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주요 정책 사안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김동연 패싱’ 논란이 불거진 것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모든 패를 쥐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비서실만 봐도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정무·제도개선·균형발전·농어업비서관 등 4개의 비서관 자리가 현재 공석이다. 길게는 4개월 이상 공석인 이들 비서관직을 그대로 두는 이유는 지방선거 이후 낙선자들이 들어올 자리로 남겨두기 위해서라는 얘기가 많다. 청와대는 시급한 현안이 없는 비서관 자리이므로 당장 빈자리를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9일 일본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정작 한일 어업협정 분야를 맡는 비서관은 부재중이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언급했다.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도,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정지지도 역시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높은 국정지지도 속에 국정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지지도에 취한 주변 참모와 시스템에 ‘악마’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계하는 목소리도 크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