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지난 23일 타계한 김종필 전 총리의 묘비에 적힌 글귀다.

맹자(孟子) 양혜왕 편 상에 나오는 말로 “항산하지 않으면 항심할 수 없다”고 풀이된다. 이는 곧 “일정한 생산(소득)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도 없다”는 뜻으로, 먹고 사는 일에 안정이 없으면 평온한 마음도 올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는 일찍이 이 말을 자신의 묘비에 새기겠다고 공언해왔다. 5·16 쿠데타 당시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혁명은 숫자가 아니라 의지”라고 했다는 김종필 전 총리의 생애를 볼 때, 이 말은 자신의 삶 전반을 정당화할 근거로 작용해왔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문필가들은 맹자의 이 글귀가 쿠데타를 통해 민주선거로 얻은 정권 탈취에 동참한 자신의 행동을 ‘민중의 먹고 사는 일을 걱정해 한 일’로 포장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한편 1926년 태어나 92세까지 살다 타계한 김종필 전 총리. 아직까지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맹자는 과연 김 전 총리의 묘비에 이 글귀가 새겨지는 것에 고개를 끄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