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방북 땐 ‘한반도 평화’ 큰 힘
- 英·佛과 대북제재 완화 공론화
- 양국 北에 확실한 조처 요구 과제
- 덴마크선 북의 비핵화 개념 언급

7박9일의 유럽순방 일정을 끝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문 대통령이 교황청 방문 기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하고 교황으로부터 사실상 수락 의사를 받아 낸 것은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사례처럼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 사이에서 화해와 평화의 메신저로 역할을 해 온 교황의 방북이 현실화되면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에 큰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참석 등 유럽순방을 마친 뒤 21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영접 나온 인사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유엔 대북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 영국과 정상회담을 하고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비핵화 정상외교의 외연을 확대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두 정상과의 회담에서 북한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비핵화를 진척시키면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발맞춰 미국이 취해야 할 상응 조치의 하나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이제는 대북제재 완화를 새로운 상응 조치 카드로 꺼내 든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노력에도 국제사회로부터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한 공감대를 얻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프랑스와 영국 모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강조하며 북한이 더욱 확실한 조처를 하라고 요구했다. CVID는 애초 미국이 요구했던 비핵화 방식이었으나 미국은 그보다 낮은 수준인 ‘최종적이고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비핵화 방침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19일(현지시간) 폐막한 제12차 아셈 의장 성명에서 아시아·유럽 정상은 북한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모든 핵무기, 여타 대량파괴무기, 탄도 미사일 및 관련 프로그램과 시설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폐기할 것”을 촉구하면서 대북제재와 관련한 국제사회와의 온도차만 확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문 대통령은 유럽순방 마지막 일정인 한·덴마크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이미 생산해 보유하는 핵물질과 장거리 미사일을 다 폐기해야 완성된다. 비핵화 프로세스와 그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 등의 타임테이블을 만드는 게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핵화 목적은 경제적 제재에서 벗어나 경제발전에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는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가 이뤄져 국제사회가 북한 경제발전을 돕는 단계가 되면 북한의 녹색성장을 돕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덴마크에서 귀국길에 오르기 전 SNS에서 ‘성 베드로 성당에서 울려 퍼진 평화의 기도를 가득 안고 돌아간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