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당 시의원 5명 오 시장 규탄
- “비리 내용 알고도 인선 강행해”

부산시 산하 공사·공단 기관장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부산시의회가 엘시티(LCT) 측으로부터 장기간 선물을 받아 논란이 된 2명의 후보자에 대한 인사지명 철회를 요청하고 나서면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부산시의원들이 23일 부산시청 1층에서 비리에 연루된 공공기관장을 추천한 부산시장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시의회는 23일 인사검증 특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부산교통공사 사장 후보자로 내정된 정경진 전 부시장과 부산지방공단 스포원 이사장으로 내정된 김종철 전 시 상수도사업본부장에 대한 기관장 후보자 지명철회를 시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시는 전날 엘시티 관련 선물 수수자들에 대한 국무조정실의 조사 결과(국제신문 23일 자 6면 보도)를 발표했다. 시의회 인사검증 특위 이산하 위원장은 “선물 수수자 28명 가운데 정 전 부시장과 김 전 본부장 등 내정자 2명은 비위 의혹에 연루돼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지명 철회 요청 배경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인사검증 특위 위원 중 절반이 이들 후보자 2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강경한 의견을 제시했고 절반은 인사청문회를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대립할 정도로 도덕성 논란이 첨예한 사안으로 부상했다. 이 위원장은 “시에 인사 지명 철회를 요청했지만, 시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4일 진행될 예정인 정경진 부산교통공사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그대로 진행하고 보고서를 통해 위원회의 의견을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사·공단 기관장 후보자가 부산의 대표적인 비리 사건의 장본인인 엘시티 측으로부터 장기간 선물을 받아 도덕성 논란이 일었다는 점에서 이들을 인선한 오거돈 부산시장의 정치적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가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도덕성을 강조했던 오 시장이 인선을 강행할 경우,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당장 이날 부산교통공사 노조도 인사지명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내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또 이번 인선에 대한 오 시장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시의회 인사검증 특위 측은 “오 시장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요청할 때는 미리 결격 사유 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하는데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시에서 후보자의 비위 의혹을 공식적으로 알린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시는 부적절한 인사를 지명한 부분에 대해 시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하는 것은 물론 해당 인사에 대해서도 시가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김진홍 오은택 최도석 이영찬 윤지영 의원 등 자유한국당 시의원 5명은 부산시청 1층에서 오 시장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했다. 이들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제대로 인사검증을 했다면 비리에 연루된 후보는 사전에 걸러졌을 것이다. 지난 15, 16일 국무조정실 조사가 진행됐고 바로 다음 날인 17일 오 시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6명의 후보자를 소개했다. 비리 내용을 사전에 알면서도 인선을 강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