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사 : 문정인 특보

- “판문점회담 성과 상상 초월

- 누구도 예상 못한 평화의 기적

- 2차 북·미정상회담 열리면

- 北 비핵화 방법 이견 좁힐 것”

- 향후 정세 신중한 낙관론 밝혀

14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제15기 9주 차 강연자로 나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남북, 북미정상회담과 한반도 정세-분석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문 특보는 “남북이 올해 힘들게 노력해온 덕분에 한반도 비핵화는 시작 단계에 들어섰다”며 “앞으로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산 넘어 산이라는 말처럼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서로 신뢰하고 천천히 끈기 있게 추진해나간다면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5월 9일 취임과 함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 야망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적 외교·안보 정책, 한국 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강경 기조로 안보 딜레마에 봉착했지만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참여,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난 7월 미국 폼페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이 실패로 끝나면서 한때 한반도에 난기류가 되살아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무엇보다 남북의 판문점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정상회담이 내건 목표가 담대하고 파격적”이라며 “70년 가까이 묵은 전쟁을 올해 안에 종식시키고 새로운 평화의 역사를 만들겠다는 두 정상의 의지는 상상을 초월했고 한반도 분단, 전쟁, 비극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평화의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정상회담의 의제 설정 부분에서도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사례를 보면 남측은 구체적 합의를 원하지만 북은 원론적인 포괄적 합의만을 강조해 왔는데 이번 판문점 선언은 이 두 시각을 절묘하게 절충했다”며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문에 명문화한 것도 획기적이다. 사실 과거 북한의 입장을 보면 핵 문제는 오로지 미국과 북한 간 문제이어서 남측은 낄 여지가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 간 차이가 없지만, 그 방법과 과정에는 차이가 있다”며 “김정은-트럼프 2차 정상회담이 열리면 이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는 신중한 낙관론을 폈다. 

최근 문 특보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동아시아재단 및 중국 판구(盤古)연구소 공동 주최의 한중 전략대화에 참석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제재의 부분적 완화를 제안해 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이달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로 미·중 정상회담을 하고 무역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문 특보는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이전부터 오랫동안 간직해 온 목표”라며 “우리 모두 다 함께 핵무기 없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데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