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회담 진보·보수 온도차 뚜렷

자유한국당의 차기 지도부를 뽑는 2·27 전당대회 날짜가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겹치자 일정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북미 정상회담의 유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의 당권 주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자유한국당 박관용 선거관리위원장은 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는 당을 홍보할 중요한 기회인데 북미회담에 묻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당 사무처에 7일 회의를 열어 날짜를 당기거나 미루는 것을 실무적으로 논의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무진 보고가 들어오면 8일 선관위 회의를 소집해 논의하려고 한다”며 “이미 전당대회 장소를 결정한 데다 후보자들의 입장도 있어 당장 결정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6·13지방선거 전날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시 한국당이 제기한 경제 이슈 등이 북미 정상회담에 묻히면서 한국당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당권주자인 홍준표 전 대표도 공개적으로 전당대회 연기를 요청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에서는 이번 전대를 한 달 이상 미루어 지방선거 때처럼 일방적으로 저들의 책략에 당하지 않도록 검토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27, 28일 베트남에서 미북 회담이 개최되는 것은 지난 지방선거 하루 전에 싱가포르에서 미북 회담이 개최되는 것과 똑같은 모습”이라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효과를 감살하려는 저들의 술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번에는 국민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진보와 보수 진영 간 온도 차이도 분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은 빨리 북미 간에 핵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로드맵이 만들어지면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이 재개돼 금강산도 가고 개성공단에 투자했던 기업에도 햇살이 비추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평화를 강조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성공적인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기원한다. 곧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으로 한반도 평화의 새봄이 성큼 다가오길 기대한다”고 환영 논평을 냈다.

반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북핵 외교안보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핵 리스트 신고를 비롯해 검증 문제에 이르기까지 큰 그림의 비핵화 논의가 있기를 소망한다”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수석대변인 역시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행조치에 따라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협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무게를 뒀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