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 결속 속 中·러와 밀착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사흘이나 수천 ㎞를 달려 베트남에 왔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이 빈손으로 평양으로 돌아가게 됐다.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김 위원장은 대북 제재의 완전한 해제에 올인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제재 해제라는 ‘선물’을 받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번 회담에서 합의 도출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은 김 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쏠린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북한이 일정한 경색 국면을 거쳐 협상을 지속할지, 아니면 다시 2018년 이전의 군사적 도발 같은 강경정책으로 회귀할지다. 김 위원장이 당장 협상의 판을 깨면서 강경책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김 위원장은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또 대미 담판을 접고 과거로 회귀한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이 직접 대내외에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경제성장 중심의 국정 목표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일정한 공백기를 가지면서 국제사회를 향한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기관이나 매체를 내세워 국제사회를 향해 제재 해제에 요지부동인 미국의 ‘불성실한 상응 조치’에 불만과 부당성을 토로하며 회담 결렬의 이유와 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북한의 요구를 정당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도 대미 경각심을 강조하는 한편 김 위원장이 직접 경제현장을 시찰하면서 자력갱생을 역설하는 등 결속 다지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기대 북미협상의 돌파구를 찾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 등 ‘우군’을 앞세워 경제발전을 위한 지원과 협력을 끌어내려 외교전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또 다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며 벼랑 끝 전술을 가지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미국이 올해에도 대북압박 기조를 유지할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