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산업 붕괴로 경기침체
- 靑 인사참사 등 민심 이반
- 총선 때 ‘심판론’ 번질 수도
지난 3일 치러진 경남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결과는 ‘1 대 1 무승부’였다. 하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진보 정치의 1번지’로 불리는 창원성산에서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의 단일화를 이루고도 한국당에 0.54%포인트 차이로 어렵게 승리했다. 민주당은 선거기간 내내 통영고성에서 물량 공세를 펼쳤지만, 역부족을 절감했다.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의 민심은 문재인 정부에 명확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지역 경기침체가 민심 이반에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선거 막판에 터진 ‘청와대발 악재’가 ‘정권 심판론’을 부채질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장관 후보자 2명의 낙마와 김의겸 전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다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 문제를 둘러싼 야당의 비판에 윤두한 국민소통수석이 궤변에 가까운 변명을 해 여론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가 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부산 울산 경남(PK) 민심의 가늠자였다는 점에서 지역 여권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상황 변화가 없으면 ‘정권 심판론’이 내년 총선 때 부울경을 강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번 선거에서 정치 지형이 미묘한 변화 조짐을 보였다는 점이다. 정의당이 승리하긴 했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대한애국당 등 보수 진영의 득표율은 49.67%로 진보 진영(정의당+민중당)의 49.54%보다 근소하게 많았다. 진보 진영의 득표율은 고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당선됐던 20대 총선보다 2%포인트가량 줄었고, 보수 진영은 그만큼 늘었다. 창원성산은 특히 진보층이 많은 지역임을 고려하면 부울경 다른 지역의 민심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20대 총선 때 민주당은 부울경 8곳에서 승리해 지역주의를 깼지만, 대부분 한 자릿수의 근소한 차이였다. 내년 4월 21대 총선 때 미묘한 바람에 정치 지형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통영고성 결과도 민주당의 부울경 총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보수 텃밭 중의 텃밭’에서 선전해 PK공략 동력으로 삼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보수 기반은 공고했다. 한국당과 대한애국당의 득표율은 60%가 넘었다. 20대 총선 때 무투표 당선됐던 한국당 이군현 전 의원이 19대 총선에서 올린 득표율과 차이가 없다. 민주당 전재수 부산시당 위원장은 4일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민주당이 민심을 잘 파악하고 분골쇄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4번 출마한 창원성산의 한국당 강기윤 후보는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인 노회찬, 권영길 의원과 상대해서도 40% 이상의 득표율을 올렸던 인사다. 그에 비하면 여영국 당선인은 신인이다. 그 지역만의 특수성도 작용했다. 선거 결과를 현 정부에 대한 PK 민심의 이반으로 보는 것은 과잉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