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문 대통령 1호 개혁입법 추진
- 공수처 관철로 진보 요구에 부응
- 정치력 발휘 추경안 처리 등 절실
- 한국당 야성 회복·내부결속 다져
- 보수층 업고 초강경 투쟁 태세
- 외연 확장엔 여전히 의문 부호
- 평화·정의당 연동형 비례제 길 터
- 현실화 되면 정의 가장 큰 혜택
- 선거제 개편 본회의 통과에 사활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이 선거제 개편·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패키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격렬하게 충돌했지만 정당마다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각 진영이 지지층 결집과 존재감 부각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패스트트랙 충돌의 근본 원인은 내년 21대 총선이 자리 잡고 있다. 향후 ‘포스트 패스트트랙’ 국면에서도 총선 승리를 위해 치열한 지략 대결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동물 국회’ ‘폭력 국회’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번 충돌의 가장 큰 혜택을 봤다는 평가가 많다. 그동안 이완됐던 각 진영의 지지층이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 개혁 입법을 추진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문재인 정권을 창출한 원동력인 진보적 지지층의 요구에 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협상 시작부터 야 3당이 사활을 걸었던 선거제 개편보다 문재인 정부 사법개혁의 핵심인 공수처 설치에 더 큰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강했다. 공수처법 협상 과정에서 원안보다 상당히 후퇴했지만, 이 또한 사법 개혁을 위한 패스트트랙 협상 틀을 깨지 않으려는 민주당의 노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당내 일각에서 원안에서 후퇴했다는 불만도 제기됐지만, 야당과 합의안이 큰 잡음 없이 통과되는 데 민주당의 결단이 작용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당 역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0년간 집권으로 야성을 잃고 무기력했던 한국당은 이번 정국을 거치며 야성을 회복했다.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계로 나눠 여야 관계보다 못한 계파 갈등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번 정국을 거치면서 결속이 공고해졌다. 한국당은 보수층 결집에 성공했다고 보고 당분간 초강경 투쟁에 나설 태세다. 이번 주말 광화문 장외 집회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전국을 권역별로 순회하며 선전전을 벌일 방침이다. 광화문 광장에 ‘천막당사’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양 당 모두 국정 능력과 외연 확장에 의문 부호가 남게 됐다. 국정운영의 책임을 진 민주당은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정치력의 한계를 보였다. 한국당 역시 강경 일변도 투쟁으로 외연 확장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된다. 21대 총선 승리를 위해 ‘중도층 흡수’가 필수적인 만큼 양 당 모두 출구 전략을 고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다음 달 국회에 제출될 정부 추경안 심사가 민주당과 한국당이 마주 앉는 계기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소수 야당인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당의 명운이 걸린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의 길을 텄다는 점이 성과다. 특히 정의당은 선거제 개편이 현실화하면 가장 큰 혜택을 입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민주당과 한국당 내부에서 선거제 개편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하다. 선거제 개편이 물거품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정의당 등은 본회의 통과까지 민주당의 이탈을 차단하는 등 선거제 개편 사수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