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화 - 고노 55분간 ‘냉랭’
- 첫 인사 때는 눈도 안 마주쳐
- 강 “시간 갖고 풀자” 제안에
- 日, 미국 중재안도 거부한 듯
- 문 대통령, 총리·장관 긴급 소집
- 2시간 넘게 日 대응 점검 회의
한일 관계가 ‘강대강’의 악순환을 거듭하며 경제에 이어 안보까지 전방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대를 모았던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1일 ‘빈손’으로 끝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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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상황점검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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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분간 이어진 회담은 시작 때부터 기류는 심상치 않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만나는 모습은 초반에 사진 촬영을 위해 취재진에 공개됐는데, 이때 양측은 굳은 표정으로 일상적인 대화도 나누지 않아 냉랭한 기류가 감지됐다. 자리에 앉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13초간 두 장관은 인사는커녕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강 장관은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다며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는 일단 보류한 뒤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자고 제안했지만 일본은 외면했다.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예정대로 2일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이에 맞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중단을 검토하는 ‘GSOMIA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일은 1965년 국교 수교 이후 과거사 문제로 부딪히더라도 경제 문제와 안보 이슈에 협력해 왔지만 경제는 물론 안보까지도 대립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관계부처 장관들을 긴급 소집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상황점검 회의는 무려 2시간15분간 진행됐다. 그만큼 점검해야 할 상황이 많았다는 얘기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응하는 단기 및 중·장기적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오전 일본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처리되면 정부는 당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임시 국무회의에서 일본의 추가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정부 입장과 대응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시적으로 특정 수입 품목에 관세를 인하해주는 ‘할당관세’ 적용안이나 연구·개발(R&D) 관련 인허가 지원 개선안을 포함해 신속하게 효력을 낼 수 있는 시행령 개정안 등을 의결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對)일본 메시지를 낼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거나 5일 열릴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메시지를 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오는 4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는 보다 강화된 대일 메시지와 중장기적 대책을 포함한 종합 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점검 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관련 부처 장관 등이 참석했다. 특히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GSOMIA 파기 여부도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중재 노력도 막판 변수도 꼽힌다. 한일 갈등이 GSOMIA 파기 검토로 한·미·일 안보 공조에도 균열이 생길 조짐을 보이자 미국이 중재에 나섰지만 일본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31일 미국의 중재안과 관련, “일본에는 수출규제 강화 ‘제2탄’(화이트리스트 제외)을 진행하지 않을 것, 한국에는 강제징용과 관련해 압류한 일본기업의 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것을 각각 촉구했다”고 전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