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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日(반일) 대신 克日(극일)에 초점…일본에 대화·화해 메시지도

문 대통령 경축사 분석

  •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  |   입력 : 2019-08-15 19:41:56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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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39번 ‘일본’ 12번 언급
- 이례적 ‘경제연설’된 경축사
- 靑, TF·설문 통해 키워드 고심

- “일본, 성장 사다리 차면 안 돼
- 도쿄올림픽, 공동번영 발판”
- 한일갈등 외교적 해결 의지도

- 詩 ‘새 나라의 송’ ‘그날이 오면’
- 광복 직후 문학 작품 인용 눈길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경제’였다.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서 경제를 언급한 경우는 1999년 외환 위기 당시 등 과거에도 있었다. 다만, 올해 광복절은 특히 문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에 관심이 집중됐던 터라 ‘일본’(12번)보다 ‘경제’(39번)가 더 많이 등장했다는 점에서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와 함께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오른쪽 세 번째는 김원웅 광복회장. 연합뉴스
■‘경제’ 39번 언급, 경제 극일 강조

이번 광복절 메시지에는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관한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깊은 고심이 묻어난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이 주재하는 태스크포스(TF)가 한 달 반 동안 세 차례씩 열렸다. 민정비서관실·정책조정비서관실·정무비서관실에서 각계각층으로부터 경축사에 담길 메시지를 설문조사한 결과, 공통으로 떠오르는 단어가 경제였다. 경축사에 경제가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반일(反日)이 아니라 경제적 자강을 통한 극일(克日)을 강조했다. 우리 경제 스스로 기초체력을 다진 뒤에 일본을 뛰어넘는 경제강국으로 성장하되, 이웃 국가와도 상생하는 ‘책임 있는 경제 강국’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보이콧 논란 도쿄올림픽 참가

“먼저 성장한 나라가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 일본이 이웃 나라에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기를 우리는 바란다”며 일본을 향한 질타의 메시지도 포함됐지만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일본과 함께 일제강점기 피해자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하고자 했고 역사를 거울삼아 굳건히 손 잡자는 입장을 견지했다. 과거를 성찰하는 것은 과거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 이후 국내에서는 도쿄 하계올림픽 보이콧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내년에는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사상 최초의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이라고 언급한 것은 일본에 대한 감정적 대응 대신 도쿄 올림픽을 우호와 협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대일 비판을 최소화한 배경에는 이번 사태의 해법을 외교적 대화의 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도 이번 사태를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규정하고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일본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과 별개로, 외교적 해결의 문을 닫아놔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등 인용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5번이나 언급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1930년대 모더니스트인 김기림 시인의 ‘새 나라 송(頌)’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광복 직후 문학 작품 중 경제 건설과 관련한 좋은 이야기를 찾아보라’는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심훈의 ‘그날이 오면’의 일부분도 경축사에 인용됐는데, 이는 문 대통령이 광복을 염원하는 작품 중 가장 좋아한 시로 전해진다.

‘농업을 전공한 청년이 아무르 강가에서 남과 북, 러시아 농부와 대규모 콩 농사를 짓고’라는 대목에 등장한 아무르지역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실제로 대규모 농장 설립을 추진했던 곳이고, 안중근 의사의 두 동생인 정근·공근이 이 지역에서 벼농사에 성공한 데다 한국 농업 기업이 진출해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한 설정’으로 해석된다. 또 ‘사람과 사람,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사이의 균등’을 주창한 조소앙 선생의 ‘삼균주의’가 인용됐다. 또 ‘나는 씨앗이 땅속에 들어가 무거운 흙을 들치고 올라올 때 제힘으로 들치지 남의 힘으로 올라오는 것을 본 일이 없다’는 표현은 남강 이승훈 선생의 어구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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