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물갈이 0% 재연 가능성도

자유한국당이 나경원 원내대표가 언급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천 가산점’으로 들끓고 있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인 의원에게 공천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황교안 대표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황 대표도 “당 기여도를 공천 심사에 반영하겠다”며 나 원내대표의 ‘패스트트랙 가산점’ 제안을 수용했다. 공천 가산점 남발이 청년 신인 여성 등의 공천 벽을 높여 변화를 원하는 민심에 역행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황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에게 상응하는 평가를 하는 것은 마땅하다”며 “당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 그대로 넘어갈 수는 없다. 반드시 (공천 심사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나 원내대표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한국당에서는 모두 59명이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이고, 부산 울산 경남(PK)에서는 박대출 정점식 윤상직 이채익 김도읍 이진복 조경태 장제원 엄용수 정갑윤 여상규 의원 등 11명이 포함됐다.

당 내부에서는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 대여 투쟁의 선봉에 선 의원에게 당 지도부 차원에서 격려할 수는 있지만 공천 가산점으로까지 연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패스트트랙 공천 가산점은) 나 원내대표 개인의 생각일 것”이라며 “공천은 공정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유기준 의원도 “공천은 원내대표 소관이 아니므로 원내대표가 관련 이야기를 하더라도 정치적 수사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패스트트랙 가산점을 인정하면 ‘동원 집회 가산점’ 등 다른 부분의 가산점 요구도 쏟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은 지난 4월 이후 패스트트랙과 조국 정국 등을 거치면서 6개월째 서울 광화문과 지역 집회를 이어왔다. 그때마다 중앙당은 당협별로 당원 동원령을 내렸고, 집회 참석 사진을 시·도당에 제출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공천 가산점이 남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는 새 피 수혈을 원천적으로 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가산점을 남발하면 부산 원내외 당협위원장이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부산 현역 의원과 원외 위원장은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물론 장외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 경우 부산에서 20대 총선 공천 때와 마찬가지로 ‘물갈이 0%’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현실화하면 한국당이 내년 부산 총선에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태우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