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가야사 복원 사업이 백제 문화재 보존에 발목을 잡혔다. 가야사 복원을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할 특별법이 풍납토성 법안과 맞물리면서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법이 연내에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되는 상황에서 여야 국회의원의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경남 김해갑) 의원이 지난 4월 대표 발의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7개월이 지난 4일 현재까지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특별법은 지난 6월 문체위에 상정됐지만 법안심사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국회 통과까지는 상임위,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의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에서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한 것이다.
특별법은 시대별로 문화권을 묶어 역사와 문화유산을 연구·조사한 뒤 발굴·정비해 역사문화권을 중심으로 관광자원화를 모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가령 고구려문화권 백제문화권 신라문화권 가야문화권 등으로 나눠 문화유산을 연구·발굴하는 것이다. 민 의원이 2017년 발의한 ‘가야역사문화권 연구·조사 및 정비와 지역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수정해 가야문화권에서 광역별 문화권으로 확장한 법안이다.
당초 특별법은 국회 통과까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관의 검토보고서가 특별법의 제정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1962년에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신라 백제 가야 등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문화재 보호와 지역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제정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특별법은 이들 제정법안을 통합해 역사문화권을 종합·체계적으로 정비하면서 해당 지역의 발전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평가된다. 즉 ‘비쟁점 법안’이라는 얘기다.
비쟁점 법안인 특별법이 상임위에 계류하는 배경에는 문체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박인숙(서울 송파갑) 의원의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박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풍납 토성 보존 및 주민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동시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풍납토성 법안은 지난 7월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주민지원사업 조항을 문제로 지적받아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역 이기주의에 떠밀려 특별법이 계류되고 있는 것이다.
경남지역 여야 국회의원은 연내 법안 통과를 위해 힘을 뭉치기로 했다. 20대 국회가 2개월 남은 상황에서 특별법이 연내에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