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당국이 한미 연합공중훈련 전격 연기 카드를 꺼내 들면서 북미 간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연기가 발표된 지 10시간 만인 1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나는 당신이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당신은 빨리 행동해야 하며 합의를 이뤄야 한다. 곧 보자!”는 메시지를 전하며 협상 재개를 사실상 촉구했다.
미국은 실무협상에서 진전이 있어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인 만큼 실무협상을 다시 재개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3차 정상회담에서는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연말을 시한으로 정하고 북미 대화에 압박을 가해 온 북한을 향해 빨리 실무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 셈이다.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에 대해 미국이 ‘선의의 조치’라며 북한을 향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5일 스웨덴 실무협상에서 미국의 태도가 ‘구태의연하다’며 결렬을 선언한 뒤 ‘연말 시한’을 강조하며 ‘새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다만 실무협상이 재개되더라도 3차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만한 성과를 내려면 미국이 주장하는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합의’나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합의’ 등을 둘러싼 간극을 좁혀야 한다.
북측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14일 담화에서 미국에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이는 체제 보장과 제재 철회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결정함으로써 미국으로서는 체제 보장에 대한 성의를 보인 셈이지만 제재 해제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 안에도 북미 대화의 진전이 없을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년 1월 신년사에서 내놓는 메시지에 비핵화 대화의 운명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